정체성
결혼전후의 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기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는 경천동지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모든 생활의 중심이 나에게서 아이에게로 옮겨가게 되고
시간적 공간적 여유와 자원들이 아이에게 집중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과거에 하던 많은 것들을 지금은 할 수 없게 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지게 되었다.
종종하던 게임, 책, 영화, 멍때리기, 시간죽이기, 운동, 여행, 각종 사교활동, 기타 취미활동 등등;;
이 상황이 2년 가깝게 다가가게 되면서 조금씩 회의가 생기게 되었다.
나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여러 여유를 나를 위해 쓰는게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쪽에 몰아넣다보니
스스로를 돌보거나 챙기기가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일종의 허무함+회의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냐라는 목적론적 의문으로 제기된다.
사실 삶의 목적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실질로 중요한 것은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욕망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고 컨트롤 하느냐라고 생각한다.
(욕망이 잘 포장되는게 사실 목적이 아닌가;;)
목적론적으로 도구적으로 내가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행동과 행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충족되는 만족감과 자유의 중요성을 점점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욕망을 어떻게 발현할 수 있느냐는 결국 존재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인식의 주체가 아니라 행위의 주체로서 정체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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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선호, 행동양식, 관심과 취미 등은 스스로를 구성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감싸는 거다한 외관, 외적으로 구현되는 여러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는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다양한 동기와 목적과 욕구가 자리잡을 것이고
그 아래에는 그런 이드를 제어하는 더 깊은 존재의 의식이 있을 터이다.
물론 이것이 고정되거나 명확하게 층위가 나누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주위환경과 경험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변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아직도 과도기다
과거의 다양한 행위를 대체할 만한 무엇인가를 찾던가. 그것의 부족을 어떻게든 채워넣으려 노력하던가
아님 생각과 가치관의 방향을 바꾸던가 하는 그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움으로서 개인은 변화한다.
물리적인 시간과 행동의 변화는 스스로의 존재론적 모습까지도 함께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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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고 싶다 ㅠㅠ 제낮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