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이야기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시작하기 전에
결혼을 했다. 양가의 반대로 양가의 도움 없이는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하는 비극적 배부름을 경험하게 되었다. 결국 원룸에서 시작하려던 우리 부부의 계획은 철부지들의 계획으로 비웃음을 사고 늙으신 어머니는 자발적으로 노후 자금을 아파트 전셋집 마련에 쾌척하셨다. 수 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 땡큐.(덕분에 그 돈에다가 더 보태서 그렇게 반대하던 집 지었습니다.)
우리는 맞벌이를 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아내는 휴직을 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쓰는 앞집은 인사를 걸어도 불편해 했다.
놀이터에는 이미 친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만한 대인 기술이 부족했었나보다. 혹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할 만큼 절박하지 않았거나.
어쨌든 성인과의 대화 없이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지독하게 외로운 일이다. 아내가 복직하고, 내가 휴직을 하고 아이를 보면서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왜 아이 한 명을 보는 데에 성인 3명이 필요하다고 하는지도.
외롭다. 아이를 집에서 보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우울증 안 걸린다면 그 편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성인과 한 줄의 대화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슈퍼마켓에 갔었다고 한다면 강신주 박사 같은 사람들은 나를 겁나 비웃겠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는 비포미드나잇의 줄리델피의 대사에 공감하게 된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도 아이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면, 내가 겪었던,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겪게 되는 지독한 외로움과의 싸움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리고 나의 아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우리가 속할 공동체가 없었다. 교회라도 다녀야되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했었다.
시골로 가자고 제안했다. 의외로 흔쾌히 아내도 가자고 했다.
그 때부터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집 지을 곳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집짓기 관련 커뮤니티에도 닥치는 대로 가입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TIP 1
다 아는 말이겠지만, 아파트냐 주택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주변에 믿을 수 있고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 수도 있다. 매연가득한 도심에서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그뿐. 장밋빛 꿈을 갖고 주택만 지어가면 엘도라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주택에서 한 번 이웃없이 고립돼서 살아볼텨? 주변에는 시간때울 대형마트도 원천적으로 읎따!
TIP 2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는 일이 있을때마다 수시로, 그리고 기분 나쁠때마다 수시로 원망을 듣게 되니, 배우자가 싫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아파트에서 다리뻗고 자는 편이 주택지어서 바가지 긁히면서 쪽잠자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
<건축학 개론>
0. 인트로
집을 짓는 과정은 대략 어떠할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돈이 들까. 대략 살펴보면,
① 발바닥에 땀나도록 땅 보러 다녀서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땅을 골라.(토지구매)
② 그 땅에 알맞게 건물 지을 계획을 짜고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설계+허가)
③ 그 계획대로 건물을 지어줄 쉐리를 찾아. 혹은 니가 직영으로 지어.(시공사 선정)
④ 집을 열라 지어.(시공)
⑤ 계획대로 잘 짓는지 제대로 된 재료를 쓰는지 잘 감시해.(감리)
⑥ 다 지었으면 구청에서 다 지었다고 검사를 받아.(준공허가)
⑦ 집에 들어가고 세금도 내고 집도 꾸미고 즐겁게 살아.(입주)
⑧ 하자가 발생하면 AS해달라그래.(하자)
정도야. 쉽지? 근데 이게 다 돈이야. 돈으로 구분하면 이래.
- 토목 관련 비용(순수한 땅 값, 전기/가스/상하수도 등 연결 비용, 도로 연결 비용, 땅 고르고 파고 후비는 비용 등)
- 설계/감리 비용(설계도 그려달라고 주는 돈, 설계도 대로 집을 짓는지 감시해 주는 댓가로 지불하는 돈)
- 건축 관련 비용(집 뼈대 만들고, 보일러도 넣고, 단열재 넣고, 전기선도 깔고, 전구랑 컨센트 달고, 인터넷 깔고, 수도관도 달고, 하수관도 달고, 가구도 넣고, 도배도 하는 데에 쓰는 돈)
- 조경 관련 비용(나무도 심고, 잔디도 깔고, 돌덩어리도 놓고, 나무로 갑판도 만들고, 분수대와 놀이터와 꽃밭과 텃밭 등 조성하는 데 드는 돈)
- 각종 세금과 허가비(앞의 모든 항목에 붙는 10%의 부가세, 없던 집이 생기니까 취득세 등 이런 것들이 생기는데, 내가 이쪽에는 정말 모른다. 조금만 공부하면 30~40만 원 절약한다는데 포기했다. 법무사한테 맡기고 수수료 지불했다.)
- 이사 비용(이사하는 데 드는 비용, 입주 전 청소비, 혹시 입주 타이밍이 안 맞으면 이사짐 보관료)
- 예비비(생각지도 못했던 돈이 갑툭튀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신발.)
각 항목별로 따져본다. 순수 내 경험에 의한 것이므로 꼴리면 딴 놈이 쓴 책 사 봐라.
‘웰컴 서울’ 표지판까지 너님 차 시동을 거는 시점에서 대략 40분 정도에 주파되는 지점의 논이나 밭에다가 100평의 땅을 사서 20평짜리 2층 집을 지어보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를 예로 들어본다.
1-1. 땅 구입 관련 비용
땅값 : 열라 비싸다.
서울 근교 100평 정도의 땅을 사려면 7천만 원~1억 5천만 원 사이가 들어간다. 7천만 원과 1억 5천만 원의 차이는? 1억 5천만 원이면 기반 시설이 이미 들어온 상태고, 7천만 원이면 너님이 알아서 인입을 해야된다는 말씀. 인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
땅 주인은 땅값을 최대한 높여 비싸게 팔고 싶어하다보니 땅값 높게 부를 건수만 찾는다. 예를 들면 아직 놓여지지도 않은 다리나 도로나 지하철이나 대학교 이전 등의 계획을 가지고 미래 가치가 올라갈 거라며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얼마나 비싸냐고?
대충 땅값으로만 1억~2억의 피 같은 돈이 벙커 밭으로 가는 저글링들처럼 녹아내린다.
내 경우 서울 땅값은 아예 알아보지도 않았었다. 서울(여기서 얘기하는 서울은 ‘어서오십시오. 서울특별시입니다.’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곳의 안쪽을 의미한다.)에서 20~30분 거리에 있는 곳은 대략 평당 400만 원에서 1천만 원가까이 부른다.
바닥이 20평짜리 집을 지으려면 최소 40평 정도의 땅이 있어야되는데(건폐율/용적율 설명하기 귀찮다. 대충가자.) 대충 머리셈으로 계산해도 40평 땅 덩어리가 대충 4억이다.
우리가 TV에서 보던 집을 떠올려 보자. 앞마당이 살짝 있고, 차고에 주차한 다음 대여섯 걸음 걸어서 현관을 올라가면 집이고, 집 뒤쪽으로는 뒷마당이 있는 정도의 집. 건물 바닥이 20평짜리라면 땅이 100~200평 정도는 되어야 마당에 차고/텃밭/놀이터/갑판/정원/바베큐파티하는 곳/연못 등 이런 것들을 쑤셔 박을 수 있다. ‘쑤셔 박을 수’에 주의. 저거 제대로 다 넣으려면 400평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100평에 저거 다 넣으면 단칸방에 피아노/세탁기/60인치TV/침대/열자짜리 장롱/컴퓨터/전축 다 넣는 꼴이 된다.
그래서 주택 사는 쉐리들은 돈지랄하는 쉐리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나도 돈지랄하는 쉐리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사람 사는 게 다 상대적인 것이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10년 정도 밥 굶고 저축만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한 번에 질렀다. 물론, 그 중의 대부분은 내 돈이 아니다. 은행 돈과 양가 부모님의 돈 그리고 우리 부부의 돈(우리 부부의 돈 중의 많은 부분은 집사람 처녀 시절에 모은 돈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ㅠㅠ)이 혼탁하게 섞여 있다.
아파트도 그렇지만, 30대 중반의 젊은 놈이 내 손으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이웃들을 보면, 주로 나보다 나이가 더 많거나(좀 더 오랜 기간 동안 돈을 모았다는 의미) 연봉이 많이 높거나(돈을 많이 모았거나 대출 이자 상환 능력이 높다는 의미) 부모가 도와주거나 그렇다.
1-2. 전기/가스/상하수도 등 연결 비용(전문 용어로 인입비)
이거 완전 복병이다. 예상외로 돈이 솔솔 들어가며, 공사 시작하기 전에는 얼마 들어갈이지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힘들어. 변수가 많다. 우리집 같은 경우는 대략 400~500만원 정도가 예상되었다고 해.
전기 선 끌어오는 길이에 비례해서 돈이 슝슝 나간다. 적게는 30~40만원, 많게는... 몰라. 너네집 앞에 송전탑 미니어쳐 같은 놈 니 돈 쳐들여서 지어야 전기가 들어올 수도 있다.
상수도/하수도는 전기보다 더 비싸다. 파이프를 땅에 묻어야 되니까. 땅파는데 굴삭기 임대료만 하루 50만원씩 기어나가는 판이니 말 다했겠다고 볼 수 있겠다. 이미 상하수도가 연결되어있다면 모를까, 연결해야된다면 이 돈도 수백~수천만원이 들어갈 수 있으니 미리 따져보자. 돈이 쳐발리는 숨은 요소가 무지 많다. 예를 들어서, 알고보니 바닥이 암반이 딱딱해 굴삭기가 업무 효율이 안 나서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땅을 파고 이러면 돈이 막막 올라간다. (사흘만 늦어지면 굴삭기 임대료만해도 150만원 추가발생한다.) 이런 경우에 예상치 못했던 돈을 여러분에게 요구하게 되는데, 여러분은 ‘내가 계약한 것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관을 매설하는 것으로 XX원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업자들은 ‘무보수 무노동’을 주장할 것이다. 씨부렁, 틀린 말 아니다. 나 같아도 돈 안주고 일하라는데 일하기 싫겠다. 게다가 돈 안주면 정말 일 안한다. 그러면 관 못 매설한다. 못 매설하면 집이 안 지어지고 허가도 안 나고 집 완성되는 날짜는 자꾸자꾸 늦어지고 좀있으면 장마가 오거나 겨울이 올 것 같고... 무섭다.
정화조도 생각보다 캐 비싸. 똥통이 몇백만 원이나 할 줄 누가 알았겠어?
1-3. 땅 고르고 파고 후비는 비용
집을 지으려면 편평한 땅에 지어야 된다. 이미 집터였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땅을 평평하게 파고 후비고 그 위에 콘크리트도 부어서 집이 올라갈 땅 모양을 만들어야 되는데, 이것도 천만 원 단위로 돈이 빨려 들어간다. 땅이 지랄맞거나 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이 더 걸리면 그만큼 장비 대여비나 인건비가 추가 발생한다.
2. 설계/감리 비용
집의 설명서인 설계도를 그려주는 비용이 대략 500만 원~2000만 원. 500만 원짜리와 2000만 원짜리의 차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2000만 원짜리가 500만 원짜리보다 4배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름만 얘기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TV 프로에도 나왔고 광고에도 나오고 있는 어느 건축가에게 설계와 감리를 의뢰했고, 1200만 원을 지불했다.(원래 2000만 원인데 할인해 준다고 그랬다.) 현재 나는 이 건축가에게 명예훼손의 혐의로 형사고발된 상태다. 자세한 이야기는 설계 쪽 이야기할 때 하자. 쓰바 집 짓고 나니 전과자 되게 생겼다.
여러분은 나의 조언을 잘 들어서 괜찮고 친절하고 디테일하면서도 집주인(건축주)이 머릿속에서 원하는 집을 현실화하고 도면으로 그려줄 수 있는 건축가를 대략 600만 원~8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업자가 설명서 대로 집을 잘 짓고 있는지를 감시해 주는 감리비는 보통 설계비에 포함된다. 감리 업자가 집 짓는 업자랑 술 한잔하고 형님동생 해 버리면 여러분들은 마사오 형님의 말대로 좋게 된다. 청렴하고 도덕성 높은 감리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응원해 본다. 파이팅구.
내 경우 : 그나마 감리를 주 2회 오는 조건으로 1200만 원 지급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엉터리인 집이 지어진 것인지, 혹여 800만 원짜리 설계를 했으면 더욱 더 엉터리 집이 지어졌을 것인지 내가 알 방법은 없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설계자도 아니고 건축설계사 1급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라서 설계가 이렇다 저렇다하고 쓰니까 경찰 수사관이 나를 범죄자 취급하더라. 아... 자세한 얘기는 설계 편에서 더 써보도록 한다.
3. 건축 관련 비용
2D의 설계 도면이 나오고 나면 그 그림을 3D로 현실화 시켜줄 업체가 필요하다. 3D로 만들려면
- 집 뼈대만드는 업체
- 단열재와 방수재 같은 것 설치하는 업체
- 화장실과 수도 설치하는 업체(보통 설비라 부름)
- 전기/전화/인터넷/조명/외 선 연결 업체(전기 업체)
- 문짝/선반/계단 설치 업체(인테리어 업체라고 부름. 개인적으로 정말 혼돈스러움)
- 벽지/페인트/마루바닥 설치 업체(도배업체라고 부름. 인테리어랑은 다름)
- 주방가구/신발장/붙박이장 제작 업체
- 보일러 시공 업체 등
대략 이 정도의 업체들이 필요한데 시간도 많고, 사람을 잘 다루면 직접 동네에서 이런 업체들 싹 다 불러서 직접 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이런 식으로 집주인이 직접 업자들을 다 알아보고 지으면 ‘직영으로 짓는다’고 말하더라. 우리 동네의 집들 중 한 군데는 집 짓는 도중에 업자가 말아먹으면서 중간에 집주인이 업자들과 직접 하나하나 계약하기 시작하던데,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
업체분들 괜찮은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성깔 지랄맞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것 알고 있지?
아무튼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저런 여러 가지 업체들을 연결해 주는 업체와 계약을 맺는데 그런 업체들을 시공사라고 불러. 시공사가 그 문어 장군 가족이 하는 그 시공사가 아닌 것은 다들 알고 있겠지?
이 시공사라는 사람들 잘못 만나면 정말 좋게 된다. 그런데 보통은 잘못 만난다. 그래서 보통은 집을 지으면 좋게 되지. 그래서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그만큼 괜찮고 정직한 시공사를 만나기가 힘들어.
이 정도의 정직함을 가진 시공사를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
시공사와 집주인은 보통 공사 계약을 맺게 되는데,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계약서를 정말 꼼꼼하게 써야 해. 혹시 나중에 법정까지 가게 되면 계약서의 말 한마디에 따라 유리하게 될 수도 있고, 불리하게 될 수도 있거든. 내가 안 겪어본 일이라 쓰기가 힘들어. 경찰서가니까 내가 안 겪어본 옆집 일이나 옆 동네 일을 인터넷에 쓴 걸로 막 뭐라 그러더라고. 씨바 앞으로 영화 감상문이나 독후감 같은 건 인터넷에 안 올려야겠어. 아무튼, 계약서에 대해서는 따로 또 이야기해 보자.
핵심은 이거야. 여긴 신자유주의 경제의 대한민국이야. 알지? 니가 대접받는 순간은 저들이 필요한 돈이 니 계좌 속에 있을 때까지야. 그 이상의 인간적인 훈훈함을 바라면 나처럼 아주 좋게 된다.
4. 조경 관련 비용
은근히 계~속 들어간다. 10만 원씩 10만 원씩 10만 원씩~ 계속 들어간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몇백만 원일 수 있어. 집을 짓다 보면 왔다 갔다하는 돈 단위가 막 천만 원, 이천만 원, 일억 원, 일억 오천만 원, 막 이러는데 한 달에 이삼백만 원 버는 나 같은 사람도 한 일년 정도 저런 단위로 써제끼다 보면 농기구/공구/씨앗/목재/모종/묘목/거름 이런거 사는 데에 드는 1만 원 단위에 감이 좀 없어지니 조심해.
참고로 울 집 마당은 한 20평 정도 될까?(너님들 학교 다닐 때 교실이 대략 10평이었어. 그 정도 공간을 기준으로 가늠해 봐. 졸업한 지 오래 돼서 까먹었냐? 이런.)
절반 정도에 카페 야외에 있는 그런 데크가 있고, 나머지는 잔디밭이야. 대략 400만 원정도 쳐발린 것 같아. 내 꿈이 카페에 있는 어닝 설치하는 거여서 질렀어. 왜 있잖아, 카페 주인장이 꼬챙이 같은 거 꽂아서 막~ 팔에서 요구르트 나올 때까지 돌리면 스멀스멀 그늘막이 쳐지는 그거.
아까도 말했지만, 욕심 내서 이거 저거 그거 좁은 마당에 다 설치하면 마당있는 집에 살러 와서 마당없는 집에서 살게 되니까 적당히 하도록 해봐.
5. 각종 세금, 공과금
앞의 모든 항목에 붙는 10%의 부가세. 2억 들여 집 지으면 부가세가 2000만원일세. 놀라워라. 이거 미리 계산하여 놓지 않으면 정말 암울하다. 그렇다고 업자랑 짝짜꿍해서 탈세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
없던 집이 생기니까 취득세 등 이런 것들이 생기는데, 내가 이쪽에는 정말 모른다. 너님이 집 짓는데 든 돈을 적게 신고하면 취득세가 쬐금 나오고 많이 신고하면 많이 나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기 집 3억 4천에 지어 놓고 1억 5천에 지었다고 신고해서 세금 쬐금만 냈다고 사람들 모아놓고 자랑하더라만, 우리 그렇게 살지 말자.
세금 지불하고 설계도 대로 잘 지었는지 해당 관청에서 조사 의뢰해서 집으로 허가를 받는 데에도 돈이 드는데, 법무사한테 맡기고 수수료 지불했다. 조금만 공부하면 30~40만원 절약한다는데 포기했어. 이 무렵엔 돈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몸도 마음도 지쳐서 뭘 더 알아본다는 게 참 힘들더라. 배부른 소리지. 내가 좀 게을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셀프로 했다더라.
6. 이사비용
이사하는데 드는 비용, 입주 전 청소비, 혹시 입주 시기가 아다리가 안 맞으면 이사짐 보관료야 뭐 설명 안 해줘도 되겠지?
7. 예비비
생각지도 못했던 돈이 갑툭튀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신발. 천만 원 정도는 소화기처럼 챙겨 둬야 된다는 말씀. 씨바, 말이 천만 원 정도지 천만 원 소화기처럼 챙기려면 도대체 몇 달치 월급을 쳐박으란건지?
정리
자. 오늘은 집을 짓는데 내가 썼던 갖가지 돈을 써봤어. 얼마 전에 혼자 계산기 막 두드려 봤더니만, 위의 1~9 다 합하니까 우리 집은 3억 1천만 원 정도 들었더라. 나쁜 생퀴들.
처음에 내가 입주 의향서 낼 때 2억 2천만 원이라고 해서 뛰어들었거든. 전세비 빼고, 그동안 모은 돈 좀 얹고, 대출 좀 내면 되겠다 싶어서.
우리 집에 들어간 돈을 쪼개 보면 대략 이래.
땅+토목 관련 : 1억 4천만 원
설계 비용 : 1천 2백만 원
건축 비용 : 1억 5천만 원
세금, 허가비, 조경, 기타 : 대략 8백만 원
쓰빠 쓰다 보니까 어째 한 오백은 더 쓴 것 같은 이 느낌은 뭐냐?
계산하기 귀찮다. 다음에 계속.
P.S.
집 짓는 과정을 졸라 간략하게 썼다고 봐. 내가 업자도 아니고 털린 놈이다 보니 지식이 미천해. AS 할거리 있으면 댓글에 달아서 좀 갈쳐줘. 솔직히 또 집 짓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참고는 안 할 것 같지만.
Tip
위에 읽어보면 결국 집 짓기는 복불복이야. 좋은 사람들만 계속 만난다면 행복하게 집 지을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지옥의 우리나라에서 좋은 사람들을 우째 만나겠어? 좋았던 사람도 흉악해지는 이 판국에. 최대한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방법 중의 하나는 다음에 볼 설계/계약서이지 싶어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집 짓기 전에 생각해 볼 것들
일단 집을 짓기 시작하면 1년 안에 집이 완성된다. 짧게는 3개월 만에 집이 지어지기도 한다. 집에서 애도 안 보고 집안일도 안 하고 노다지 집 생각만 하고 살면 모를까, 생각 외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집 짓기 전에 이런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집을 지어서 얻는 것과 잃는 것
단독주택을 꼭 지어야 될까? 지어서 얻는 이득과 손실을 따져보자.
1. 이득 - 층간 소음
층간 소음때문에 아는 친구들 다 데리고 야구빠따 들고 아랫집 위협했다는 빠따 최씨가 오랜만에 생각난다. 층간 소음이 지긋지긋해서 단독주택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단독주택에 살면 그거 하나는 좋다. 막 뛰고 굴러도 되는 것.
아파트나 공동주택 1층에 살게 되면? 층간 소음 문제에 있어서는 갑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위층에 빠따 최씨가 안 살아야 가능하겠지? 빠따 한 대에 수표 한 장씩 날렸다던 그 최씨 말이다. 약간 어두침침하고 습기가 스물 스물 올라오는 점은 아쉽지만, 그 점에서는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윗집에 양심 있는 인간이 살면 명절에 입막음용 선물도 주니, 얼마나 좋아? 층간 소음이 문제라면 1층도 생각해 보시라.
2. 이득 - 누군가에게는 손해.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환상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말이 여러분의 감성을 마구마구 자극해서 자꾸만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서 오드득오드득 씹어버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면? 일단,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게 되겠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자. 마당이 있으면 뭐가 좋아? 운동회라도 할거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봄·가을은 없고, 이 와중에 마당에서 뭘 할 수 있을지는 좀 생각해보길 바래. 솔직히 일 년에 마당에 나가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어른들이야 쌈지돈이라도 아껴볼 심산으로 텃밭도 일구고 그러면서 밖에 나가보는데, 아이들은 ‘마당’에서 논다는 표현보다는 ‘동네’에서 논다는 말이 더 맞지 싶어. 우리 어릴 때 생각해 봐. 누구네 마당에서 놀았냐 하면, 그게 아니고 골목에서 놀았지.
잔디 깎고 잡초 뽑고 가지치고 씨 뿌리고 배수로에 낙엽치우고...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마당이 있으면 좋아. 근데, 저런 거 귀찮거나 바쁘거나 한 사람들에게는 부부싸움의 화약고라고 볼 수도 있겠어.
마당은 때에 따라 부부싸움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3. 이득 혹은 지옥 - 이웃과 오순도순 지내는 삶
사람이라는 게 그래. 단독주택에는 좌파 빨갱이가 살고, 아파트에는 수구 꼴통들만 산다든? 아니면, 아파트에는 B형 인간들만 드글거리고 단독주택으로 가면 O형만 살아서 다 퍼줄까?
운이 좋다면,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겠지? 그러면, 술마시면서 정치 얘기도 하고, 경제 얘기도 하고, 교육 이야기도 하고, 사회 이야기도 하고, 문화 이야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도 서로서로 같이 봐주고, 음식도 나누어 먹고, 아프면 서로 걱정해 주고, 뭐 그러면서 살 수 있겠지?
운이 나쁘다면,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나랑 안 맞는 사람들만 바글바글 하겠지? 그러면, 집 밖으로 나가기 싫겠지? 그런데, 동네모임 있다고 나오라 그러겠지? 나가기 싫겠지? 옆집 애랑 어울려 노는 게 싫겠지? 우리 애가 옆집에 놀러가는 게 싫겠지? 옆집 배불뚝이 아저씨는 맨날 담배 연기를 우리 집 쪽으로 디바우러처럼 슝슝 날리고 있겠지? 우리집 애가 그 연기 마시고 있겠지? 집은 복덕방에 내놔도 안 팔리겠지? 차라리 주변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아파트가 낫다고 생각하겠지? 이건 마치, 포카 마지막 패를 기대를 잔뜩하고 까봤을 때 개패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겠지?
일반적인 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그렇듯, 일정 비율의 또라이와 일정 비율의 나랑 안 맞는 사람과, 일정 비율의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존재하게 되겠지? 여러분은 지금까지 NPC로 여기던 위의 여러 가지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찾고 나랑 안 맞는 사람과는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리를 두면서 또라이들은 최대한 멀리해야하는, 보이지 않는 밀당을 하면서 살아야 되겠지?
물론, 나처럼 ‘난 당신이 싫수다.’ 확 지르고 안 보고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적을 만들고 살고 싶지 않겠지?
아파트에서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NPC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나 월세 세대가 많아 2년 단위로 사라지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고, 뭐 이유는 많아. 그런 건 있어, 주택 마을에서는 이웃에게 말 걸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있고, 아파트에서는 그런 사람을 이상하게 치어다보는 분위기가 있어. 같은 공동주택이라도 빌라로 불리는 그런 공동주택에서는 서로서로 인사하고 안부도 묻고 사는 동네도 많이 있는 것 같더라. 아닌가?
요약하자면, 아파트에는 바글바글 살면서도 서로서로 신경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주택으로 갈수록 띄엄띄엄 살면서도 서로서로 신경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아. 아이러니하네. 내가 통계나 설문조사는 해본 적이 없어서 객관적 근거는 없으니 알아서들 판단해.
4. 이득 보다는 무조건 손해 - 집 관리
집사와 정원사가 없다면, 스스로 집을 관리해야 된다. 물론, 다달이 ‘일반관리비’라는 명목으로 관리실에 내는 10만 원 정도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야. 그런데, 생각보다 스스로 관리해야 될 것들이 많아. 특히나 나처럼 공구/도구 이런거에 문외한이고 해본 적 없고, 세면대 막히면 관리실에 전화하던 사람은 엄청 불편할 거야. 주택 살면서 내 손으로 고치자니 공구를 하나씩 하나씩 사다가 지금은 집이 공구상이 될 지경이야. 파이프랜치, 망치, 니퍼, 펜치, 스패너, 몽키스패너, 절연테이프, 톱, 직소, 원형톱, 클램프, 충전드릴, 삽, 곡괭이... 계속 사고 있어. 1년째 사고 있어. 다음 해에는 좀 덜 사려나?
주택에 살면 각종 공구가 필요하다. (사진 : 도또)
물론, 집 관리를 하면 보람있고 재미있어. 내 집을 내가 고친다는 기분에 전에는 없던 ‘내 집에 대한 애착’도 형성되고 있어. 그런데, 시간이 제법 들어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리고, 기술자도 아닌 내가 작업을 하다보니 마무리는 깔끔하지 못하더라. 이웃들 보니까 전문가보다 더 깔끔하게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만.
5. 손해 - 교통
대단지 아파트에 비하면 주택 단지는 교통이 안 좋기 마련이다. 사람 많이 사는 곳의 교통이 발달하기 마련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도심의 아파트 바로 옆에 집을 짓게 되면 괜찮겠지. 그런데 그런 곳은 땅값이 좀 많이 비싸다는 건 지난번에 얘기했지? 촌구석으로 가게 되면 교통은 점점 나빠져. 차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갈 수도 있어. 우리 동네에도 집집마다 차가 두 대씩 있는 집이 많아지고 있어. 우리 집도 10년 차 똥차가 두 대 굴러다니고 있지. 솔직히 나는 자전거타고 다니고 차는 한 대만 있어도 되는데, 아내가 자전거는 위험해서 안 된다네.;;;
6. 손해 혹은 이익 - 마트가 엄서요
도심에 집을 지으면 좋겠지만,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그건 돈 많은 놈들 얘기야. 대형 마트에는 원래 잘 안 갔지만, ‘피치 못할’이라는 핑계로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고는 했어. 예전에 살던 곳보다는 훨씬 촌동네인 이곳에 오니 대형 마튼 엄서. 물론, 차 타고 시속 100킬로에 육박하는 속력으로 달리면 20분 정도 거리에 생협 매장이 있어. 그리고 그렇게 이용하는 이웃들도 있는 것 같아. 이 분들도 우리 집의 영향으로 조금씩 생협의 세계로 빨려 들어오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튼, 대형 마트가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기니 나의 경우에는 정말 안 가게 되더라. 백화점도, 대형 마트도 안 가.
대형 마트가 엄서요...
단, 예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생협 매장에 걸어서 20분 정도면 도착했는데, 이제는 차 타고 허벌나게 밟아서 20분이니, 생협 매장에도 안 가게 되더라구. 인터넷 주문은 게을러서 맨날 주문 날짜 놓치고. 그러다 보니 동네 슈퍼나 차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농협하나로에 가게 되는데, 시골에 중국산이 더 많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 농협하나로에서 파는 수입산... 내가 농사 지은 것은 대도시의 돈있는 사람들이 사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수입산 사먹는 야리꾸리한 일이 벌어지나봐.
세탁소, 문방구 같은 간단한 물품을 파는 상점이 없는 것도 문제야. 내가 이사올 당시에만 해도 걸어서 갈 수 있는 미용실/세탁소/문방구/PC방이 있었어. 1년 사이에 다 망해서 없어졌어. 문구류도 죄다 대형 마트에서 사오는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세탁소도 마찬가지로.
7. 손해 혹은 이익 - 동물 세상
잠자리, 나비, 매미, 메뚜기, 방아깨비, 귀뚜라미 이런 놈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방 떼거지, 모기떼, 파리떼, 쉰발이(노린재 같은 놈), 지네, 쥐, 뱀, 집게벌레, 콩벌레,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존도벌레들... 집 사람은 정말 싫어하고, 손바닥 만한 놈들은 나도 싫다. 손바닥 만한 방아깨비랑 귀뚜라미;;;; 문제는 사이즈다.
네 살 된 딸래미는 이제 어지간한 벌레가 집에 들어오면 손바닥으로 턱하고 잡아서 자랑하고, 방아깨비 잡아서 놀고 그런다는 점에서는 좋은 건가?
8. 손해 혹은 분명하고 무서운 손해 - 눈
겨울이 되면 눈이 온다. 눈이 오면 교통이 마비된다. 내 집앞 눈은 내가 치워야 된다. 다시 군입대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끝은 아려오고 눈은 계속 온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장정이었는데다가 쪽수라도 많았지, 동네 아저씨 다 모여봐야 몇 명 되지도 않는다. 나이는 군대에 있을 때보다 두 배는 많고. 아주 죽을 것 같다. 반면, 애들은 아주 살판이 난다.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누구와 어디에서 살 것인가? intro
일단 이런 질문부터 해보자. 나는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 것이여?
1. 아이들이 개구쟁이여서 맘 놓고 좀 뛰게 하려고요.
→ 이런 분들은 아파트 1층도 함 생각해봐라. 정말 맘 놓고 뛸 수 있다. 물론 좀 어둡고 침침하지만. 2층에 뛰는 인간들 있으면 호통치면서 살 권리도 있고, 명절에는 선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어요.
→ 아파트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 수 있다. 다만, 아파트 특성상 정착민보다 유목민들이 많아 정붙일 만하면 전세 기한 다됐다고 가버리고 발령났다고 가버리고 뭐 그런 일이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겠다. 문제는, 주택으로 온다고 이웃들과 오순도순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너님 집 양 쪽에 가스통 할배가 살고 있을 수도 있지. 게다가 아파트와는 다르게 맨날 인사 해야되고 안부 물어오고 꼬치꼬치 물어오면 차라리 아파트가 그리울 걸?
아파트든, 주택이든 주변에 나랑 맞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복불복인 것 같아.
동네 꼴통 아저씨는 나 같은 빨갱이랑 이웃인게 정말 싫겠지? 뭐 그런 거다.
프랑스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암묵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만, 정치/경제/종교가 생활에 모두 연관이 되어있는데, 차 떼고 포 떼고 다 떼면 남는 건 연예인(연예인 이야기도 하다보면 정치와 관련되더라.ㅡㅡ) 관련 증권가 찌라시 이야기랑, 육아 이야기(이것도 육아철학이 집집마다 다르니 은근 민감하다.ㅡㅡ;;), 집 이야기(그나마 이게 제일 공통화제다.). 아니면 정말 ‘밥 먹었어요?’ 정도가 되겠다.
3.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한 번 살아봐라. 남자 같은 경우 일주일에 서너 시간은 마당 관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투자고 싫어하는 사람은 ‘허비’라고 하겠지. 잡초 뽑고, 톱질하고, 못질하고, 화초 물 주고, 손질하고 뭐 이러는 거 좋아하면 한번 살아보시기 바란다. 옛날 부모님들이 왜 마당을 쎄멘바닥(시멘트바닥을 그리 불렀다.)으로 발라버렸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마당이 있는 집 어쩌고 저쩌고 환상을 막 불어넣고 있는데, 냉정하게 잘 생각해봐. 마당이 있는 대신에 아파트 단지의 대형 놀이터와 근린공원은 없을 공산이 커. 놀이터와 공원이 있는 동네에서 주택 지을 수 있다면 정말로 부르쟈지.
4. 우리 아이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요.
→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굉장히 섭섭해하겠다. 나도 아파트에서 자랐지만 추억 많다. 썅. 주차장에서 짬뽈하고 놀았던 기억나네.
결국, 집을 짓는 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몇 억을 들여 집을 지었으니 몇 억 상당의 행복이 굴러들어오겠지 생각한다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앙?
그래서 주택이든 아파트든 ‘누구와 어디에’가 중요한 것 같아.
누구와 어디에서 살 것인가? - 누구와?
괜히 가서 낙동강 오리알 되면 ‘아~ 아파트가 좋았었구나!’ 할 거다. 인간관계가 제로인 상태가 마이너스인 상태보다는 훨씬 편하니까.
알고 봐서 나쁠 사람도 없지만, 가~끔씩은 나랑 정말 안 맞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가~끔이 좀 자주 있지. 딴지스들이야 할 말은 하고 사는 스타일이니까 괜찮겠지만, 착하게만 살아오신 분들은 맨날 맨날 정신적/물질적으로 털리고 살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야겠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나랑 죽이 잘 맞는 사람이랑 같이 추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응?
집 짓는 커뮤니티에 보면 학교 선배랑 바로 옆집에 지어서 즐겁게 지내는 집, 부모님과 한 동네에 지어서 살고 있는 집, 친구들끼리 지어서 지내는 집, 뭐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나도 친구들/주변사람들/가족들 중심으로 집 지을 사람을 찾아봤어.
친구들은 학교 졸업하고 결혼하고 취직하고 하면서 죄다 뿔뿔이 흩어져서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할 수가 없어.
직장 동료들은 주택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본인은 싫다는 완곡한 거절이 주류였어. 쇼핑센터가 먼 것도 그렇고, 애들이 사교육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렵고. 나는 뒤쳐져도 상관없는데, 우리 애는 뒤처지면 안 되잖아 왜. 같은 이유로 나는 일부러 사교육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하는데. 이건 뭐 어떻게 설득이 힘들어. 나중에 내 멱살 잡고 나 때문에 우리 애 성적이 이 모양이라 그러면, 너 님 유전자가 원래 형편 없었다고 말하기는 뭐시기 하잖아?
가족들(그러니까 확장개념의 가족 말야, 알지? 울 엄니, 누님 등등)도 뭐 비슷한 이유로 싫다더라고. 싫은 것을 떠나서 오히려 막 나를 설득해. 왜 돈 들여서 더 구석으로 겨 들어가냐. 거기 가면 집 값이 오르겄냐. 주택은 환급성이 떨어진다. 나중에 이사갈 때 안 팔리면 어쩔래? 애 학원은 우째 보낼거냐. 그 돈이면 아파트를 구입해라. 등등. 다시 말해 이야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았네.
어쩌라구? 엉?
마음이 맞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안 맞고 뭐 그렇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만약 누군가 끌어들여서 같이 진행했으면 집 짓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원망의 대상이 됐을 것 같기는 하다.
결국 내가 아는 사람들과 집을 짓자는 생각은 석 달 만에 접었어.
결국 아내와 나는 그냥 우리 부부 단독으로 추진해보려고 그랬어. 인터넷의 주택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혹시 같이 지을 우리 또래가 있나 병행하면서 말이야. 이 당시에는 이미, ‘마음이 맞는 사람’의 범주가 확장돼서 친구나 지인이 아니라도 그냥 ‘집 지을 마음’만 맞으면 누구라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차타고 30~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의 폐가나 농가 주택 구경도 하러 가고 그랬어. 그런데, 시골 마을에 가보니...
마을 중심에는 마을회관과 놀이터가 있고 그 주변으로 가가호호가 1차선 가량의 도로 주변으로 늘어서 있고 그 집들 주변은 논과 밭이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더구만.
그런데, 마을 회관 앞 평상에 바글바글 걸터앉으신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니까 도저히 마음의 준비가 안 되더라.
태생이 남들 한테 굽신굽신 못하고 말 주변도 없는데 영감님들 할매들하고 무슨 말을 하면서 지내야 되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꽃보다 할배의 막내 백일섭 영감님과 비슷한 나이의 우리 엄니하고도 대화가 안 되는데, 거기 앉아 계시는 분들은 이순재 영감님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 보이더라는 말씀이야.
대충 뭐 이런 식이지
이런 말 하면 영감님들 할매들이 날 죽이고 싶겠지만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 생각에 그 동네에 이사 가면 우리 부부는 거의 동물원 원숭이처럼 어르신들의 관심거리+구경거리+이야기거리+안주거리가 될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나이브한 생각이 들었지. 지금 생각해도 참 내가 못났었어. 슬쩍 돌아본 풍경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말이지.
변명을 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분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갔는데 동네에 8집 중, 본인만 좌파/무교. 나머지 7집은 완벽하게, 완전히, 더 할 나위도 없이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사람들이란다. 아파트에선 나 말고 7집이 그러든 말든 별 상관없다. (아닌가? 최빠따가 살면 빠따들고 내려오려나...) 근데 주택은 안 그렇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 사람들 주변에 둘어 싸여 산다는 것. 그것 참 상생과 화합의 수련장이 되겠다. 죽을 때 사리도 한 가마니 나올지 모르겠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동네를 돌아보니 생각의 방향이 그랬었나봐. 뭐, 그 동네들과는 인연이 아니었나보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그러다가 주택 관련 커뮤니티에서 단독주택 마을을 만든다는 광고를 보게 됐어.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만들어진다고 하더라고.
이사 짝꿍을 찾고 있던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어. 새로 만드는 마을이니 들어오는 사람들도 어지간하면 30~40대 일 것 같고, 그러면 애들도 우리 애랑 또래가 잘 맞을 것 같고, 그러면 애들끼리 잘 놀게 될 것 같고, 그러면 어렸을 적 골목놀이 문화가 되살아날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새로 만들어지는 곳에 오는 사람이면 보수적인 사람은 그런 결단 못 내릴 것 같고, 그러면 수구꼴통보다는 좌파빨갱이가 더 많을 것 같고, 그러면 이웃들과도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은 그런 어이없는 긍정적 생각의 고리가 형성되었어. 설명회에 가보니, 다들 고만고만한 또래에 아이들 연령도 비슷하고, 그만하면 됐다 싶더라고. 그러면서 그 쪽으로 마음을 정하게 되더라고.
그렇게 나는 ‘누구와’라는 과제를 처리했어. 기대했던 좌파빨갱이는 나밖에 없었지만, 그럭저럭 잘 어울려 지내고 있어.
부담 없이 놀러오세요~
누구와 어디에서 살 것인가? - 어디에?
어디에 집을 지을 것인가? 이것도 참 골치 아픈 문제다. 엄마 아빠가 재단을 하나 물려줬든가, 커다란 빌딩이라도 하나 물려줘서 불로소득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직장에서의 거리도 따져 봐야 되고. 장소에 따라 땅 값이 다르니, 내가 가진 총알에 가늠도 해봐야겠지?
부동산 전문가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라고 이야기 하더라.
1. 최대 대출 한계는 1억.
맹박가카께서 맨날 조 단위로 말아드시니 일반 백셩도 억 단위는 이제 우습게 생각되는 시대야. 근데 1억대출이면 4%이자로 계산하면 이자로만 1년에 400만 원을 지불해야 되. 300만 원짜리 월급쟁이라면 12개월 일하고 1.5개월치 월급은 은행에 갖다 바쳐야 된다는 말이겠지? 그러면 가정 경제가 아주 팍팍해지겠지? 그래도 십시일반으로 어째 저째 운영은 되겠지만 이자만 내다가 관 뚜껑 닫게 되면 곤란하겠지? 원금도 갚아야 되고. 애들도 크는데.
얼마 이상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냥 포기한다는 마음의 기준을 만들어 놓아야 될 것이야. 그 기준은 최대 대출 1억. 그 이하면 더 좋고.
2. 최대 출퇴근 시간은 30분.
전에 TV 보니까 직장 코 앞에서 살다가 1시간 30분 지하철 타고 가야되는 시골로 집 지어서 간 사람이 있던데. 와그라노. 우짤라고 그라노.
가족을 위해 가장이 희생한다는 것이 정말 숭고하고 아름다운 미담사례랍시고 TV에 나왔겠지만, 좀 웃기는 얘기 아냐? 거꾸로 이야기해보자,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힘들고 괴로운데 가족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겠냐?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면 뭐하냐, 아빠가 첫차 타고 가서 막차타고 오는데.
(가카버전)내가 3년 남짓 하루에 지하철 왕복 4시간 타고 학교 다녀봐~서 아는데 거 졸라 쉽습니다. 완전 구라고, 4년 째에 결국 학교 앞에 방 얻었다. 학교 앞에 방 얻으니까 알바자리도 생겨서 용돈도 벌고 없던 여친도 생기더라.좋더라.
대략 건물 평수에 600만 원 곱해서 대략 건물과 그에 따른 부가적인 돈을 대충 계산 해놓고 나머지는 거의가 땅값이니 잘 계산해서 절대 내가 마련할 수 있는 돈 보다 1억이 넘는 곳은 넘보지 말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집 짓는 장소의 몇 가지 요소를 보자.
① 기존의 마을에 편입 vs 새로운 마을 만들기
-기존마을에 편입 : 여러분은 마을의 새 구성원이 되었다. 마을의 여러 가지 불문율이나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잘 지내면 되겠다. 기존 마을에 편입하면 기존에 형성되어있는 인간 관계에 여러분들이 비집고 들어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기존 마을에 따라 분위기가 다 다르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분위기를 잘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마을에 '홍 반장'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잘 지내면 좋은 일이 많겠지? 그런데 그 홍 반장이 너님과 반대성향의 인간이라면 그 마을은 피하는 편이 좋겠지?
이사 오고 나서 떡도 돌리고 집들이도 하고, 아무튼 열라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 뻔하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이런 문화는 좀 바꿔야되지 않나 싶다. 이사하고 짐 옮기고 정리 전이라 집도 엉망인데, 잘 부탁드린다며 굽신굽신 떡까지 돌려야되다니, 이사 오는 게 무슨 죄냐?
지구 반대편의 어느 마을에서는 누가 이사온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집을 지어서 선물해준다는데, 떡 안 돌리면 싸가지 없는 사람 소리 듣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사회에 편입되는 그 불안함.(훈련소 나와서 자대 배치받았을 때를 떠올려봐라. 딱 그 심정일걸?) 그 불안함을 기존의 사회 구성원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해줘서 불식시켜주고 사회로 받아주는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는 사람이 기존 마을에 이사 들어갔는데, 동네에서 뭐라 그랬단다. 이유는, 남들은 다 기름으로 난방하는데 왜 연탄 보일러 돌리냐고. 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다.
계약하기 전에, 이 마을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도 좀 알아봐라. 너님이랑 안 맞는 사람들만 모여사는 마을에 들어앉았다가는 미네랄도 가스도 없는 섬에 내려앉은 커멘드센터 꼴이 나는 것이다.
텃새 때문에 외로워진 가가멜
아파트는 그런 면에서, 환영도 없지만 텃새도 없기에 텃새 있는 기존 마을보다는 낫다고 본다. 아파트도 아파트 나름이겠지만. 아무튼, 기존 마을에 들어가는 건 그런 거라고 본다.
-새로운 마을 형성 : 여러분은 마을의 개척자가 되었다. 마을에는 아무것도 없다. 황량한 땅에는 아직도 공사폐자재가 널부러져 있고, 공사차량이 아직도 들락거리며, 마을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기약할 수 없는 공사현장 인근에서 거주하게 될 거다.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렇지만, 사람이 많다보면 의견이 다르고, 서로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의견대립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결론이 나는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가다보면 이웃이 아니라 웬수인 상황도 생기게 마련이다. 수직적 관계가 은연중 형성되어버리면 ‘보자보자하니, 내가 니 시다바리가?’ 이런 상황도 생기게 될 수 있다. 오해와 이해가 난무하는, 뭐 그런 곳이 되겠다. 일정 시간 동안 마을에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기까지 이런 카오스와 아노미의 곤죽상태가 펼쳐질 것이다.
그러다가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나타나 스스로 '홍 반장'을 자처하여 마을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모두가 참여의식을 갖고 끝장토론을 통한 만장일치 중심의 직접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할 수도 있을 거다.
반상회 불참금 5000원 문틈으로 통장에게 내밀고 문 쾅 닫던 여러분들은, 코딱지만한 마을을 운영하는데에 맨날 회의회의회의, 회의의 연속이라는 직접민주주의의 이 지루하고 느리며 비효율적인 것 같은 상황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내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총대를 지고 뛰어다닐 것인가?
어느 사회가 그렇듯 유토피아는 없다.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관계가 틀어지게 되니 서로서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고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깨진 쪽박은 다시 붙이기 힘드니까.
② 시골 vs 도시
시골 : 동네 사람들 대부분은 영감님과 할매들이고, 여러분들은 그 동네 새댁이 된다. 삼사십 어린 것들이 손주 내지 증손주뻘 되는 애기들 데리고 오면 엄청 귀엽겠지.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아버지, 혹은 할부지 나이 되시는 분들에게 싹싹하고 예의바른 애기가 되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겠다. 농사 짓는 법도 알려주시고, 거두어들인 농작물도 나눠주시겠다.
취미로 밭도 쬐금 일구면서 가정경제에 보탬이될 수도 있겠고, 유기농 채소를 아이들에게 퍼먹일 수도 있으며, 아이들이 자연을 벗삼아 크는 것도 지켜볼 수 있겠다.
반면, 보통 시골은 교통이 안 좋아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야하고, 어지간한 도시에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들어와 있는 것에 반해, 시골에서는 주로 LPG나 백등유, 화목난로 등을 사용한다. 단가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 보다 비싸서 겨울에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
상수도가 많이 계발되어 연결된 곳이 많지만,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도 많으므로 잘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
아이들이 학생이라면, 시골 학교는 대부분 시설이 훌륭한 편이고, 도시처럼 바글바글 거리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볼만하다. 사교육의 열기가 도시보다 비교적 덜 치열하다는 점에서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기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TIP : 여기서 잠시 팁.
혹시 시골에 집을 짓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시골의 폐가나 농가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어. 폐가라 함은 일단 집이 있던 자리니까 집터가 있어. 집터가 있다는 말은 수도랑 전기랑 기타 등등이 연결돼있거나 적어도 지하수라도 뚫어놨다는 말이겠지? 그러면 응? 인입비가 굳었네, 응? 거기다가 논이나 밭이나 임야를 집터로 만들면 계발부담금이라는 돈을 관청에다가 지불해야 되는데, 이 돈도 만만치 않아. 폐가나 농가주택 모두 땅의 용도를 변경할 필요가 없어. 집만 증축허가나 재건축허가를 받아서 다시 지으면 논/밭/임야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수월하다고 해. 인간 친화력이 강해서 어떤 사람 사이에서든 잘 녹아들어갈 수 있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도시 : 도시에 땅을 사면 천문학적인 돈이 사라진다는 것 정도를 알아두시고. 도시는 그냥 도시다. 돈이 남아돌고 시골이 싫으면 한 번 도시에다가 지어보자.
누구와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마빡에 올랐다고 주변 사람들 한테 자랑하고 썼더니 쓸데 없이 길어지는 감이 없지 않네.
그럼, 다음편에는 설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어서와, 집짓기는 처음이지?
내가 설계 상담을 교과서적으로 받아보지를 못해서 설계에 대해 좀 얼렁뚱땅 넘어간 면이 있는 것 같다. 직접 설계를 업으로 하시거나 제대로 설계 상담을 받아서 집을 지어보신 분이 계시면 A/S를 해주시거나, 아니면 직접 글을 하나 써보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상담 받은 사람들 말로는, 정말 건축학개론 이야기에 나오는 한가인과 엄태웅의 대화 같은 그런 상담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만, 부럽다. 꼭 제대로 된 설계를 하길 바란다. 상식적으로 설계가 엉성한데 그거 보고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냐.
설계 상담만 한 건 아닌듯
설계가 내 마음에 쏙 들게 안 나온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꼭 후회한다는 것만 은 꼭 기억해두자.
마빡에 시리즈물로 오르면서 점점 부담감이 커지더니, 급기야 다른 사람 글도 읽고 참고 문헌도 검색해보게 된다. 이.럴.수.가.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근데, 그거 하나는 알고 읽기 바란다. 나는 아무리 검색하고 그래도 여전히 건축 조또 모른다.
아무튼, 오늘은 집이 실제로 지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하는데, 먼저 집을 짓는 이상적인 과정의 원론적 내용을(내 집이 우째 지어졌는지도 잘 모르면서 조또 무슨 원론이 있을까만은... 다시 말해 주로 펀 내용 짜집기한 놈들 되겠다.) 보여주고, 내 경우를 들려주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내 생각에는 그렇게 특수하게 지은 것 같지 않은데, 리플 달린 것 보니 업계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희한한 과정으로 지은 것 같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서 그렇다. 사실 집 짓는 과정이야, '중고등학교 기술이나 공업시간에 다들 배웠잖아?'라고 하지만, 사실 나도 여드름 바가지인 시절에 집 짓는 얘기가 웬말이냐 싶었어. 거푸집, 양생 이딴 소리는 개나 주라고, 이걸 왜 배워야되냐는 생각을 갖고 한 귀로 흘려들었기 때문에.
아무튼 시작하자.
철수의 집짓기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가 집을 지었다네.
집짓기에 관련해서 여러 가지 책도 읽고, 이 집 저 집 많이 보고, 땅도 많이 보고, 관련 법도 공부하고, 그랬단다. 자기가 가진 돈에 맞춰서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도 고민했단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땅을 구입했단다. 그리고 자상한 건축사를 잘 만나서 영혼의 대화를 나눈 결과 철수 마음에 쏙 들게 철수의 욕망을 고스라니 설계도로 표현해 주었단다.
철수는 눈탱이 안치는 양심적인 시공사를 잘 만나서 자상한 건축사가 그려준 도면에 따라 정확하게 집을 잘 지었단다. 그래서 시공사가 제시한 견적에 맞게 돈을 지불하고 예정했던 시간 안에 공사가 마무리 되어 하자 없는 집에 이사 들어가 행복하게 살았단다네~!
영희의 집짓기
교과서에 나오는 영희는 철수랑은 좀 다르게 지었단다.
영희 역시 집 짓기에 관련해서 여러 가지 책도 읽고, 이 집 저 집 많이 보고, 땅도 많이 보고, 관련 법도 공부하고, 그러려고 했지만 천성이 게을러 준비는 못했단다.
그랬는데, 천사건설에서 타운하우스를 만든단다. 영희 마음에 드는 땅에 마음에 드는 구조의 집을 영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분양한단다. 영희는 그저 계약서만 쓰고 돈만 지불하면 설계도/감리도/시공도/인허가도 모두 시행사인 천사건설에서 다 해준단다.
영희는 눈탱이 안치는 양심적인 시행사를 만나서 계약서상의 정해진 날짜에 맞춰서 돈을 따박따박 지불했더니, 영희가 분양사무실에서 모형으로 보았던 마을이 실제로 만들어져있었단다. 그래서 예정했던 시간 안에 공사가 마무리 되어 하자 없는 마을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았단다네~!
나의 집짓기
영희처럼 설계 다 된 동네에 돈만 내고 아무 고민없이 들어가려던 나는 땅주인의 사업방향이 살짝 엇나가면서 철수처럼 집을 짓게 생겼어. 문제는 철수처럼 공부가 하기 싫어 영희처럼 지으려던 내가 갑자기 철수처럼 짓게 생겼으니, 건축 조또 모르는 놈이 삽질 건축을 시작할 수 밖에. 물론, 거기에서 ‘스톱’을 외치고 계약금 받아서 나간 사람들도 많으니, ‘못 먹어도 고!’를 외친 내가 밥탱이라고 봐야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렇게 조금 빠르게 설계가 끝나고 이제 공사 시작!
뭐, 뜻대로 되는 일이 있나 어디...
1. 민원 공화국
설계가 제대로 됐다면 이제 집만 지으면 되겠지.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지 뭐야.
사진에 보이는 밭이 우리 마을이 생길 자리이고, 보시다시피 마을 옆에는 3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있어.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서 공사를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지 뭐야.
이유는 뭐 그래.
- 공사차량의 소음으로 시끄러울 수도 있고
- 공사차량의 비산먼지가 날아올 수도 있고
- 공사차량 때문에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고
그렇다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공사차량이 저 아파트 입구를 왔다 갔다하게 되니까 나 같아도 좋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 막상 공사하려는 입장에서는 아파트 안으로 관통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국가 소유의 도로를 지나가겠다는 건데 이게 민원의 소지가 있는 것인지 억울해 하고 뭐 그런 상황.
문제는 그렇게 민원이 들어가니, 착공신고를 해도 구청에서는 섣불리 허가를 못 내주겠다는 거야.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서는 돈을 원했다고 해. 이를테면 마을 발전 기금 뭐 그런거.
나중에 알고 보니, 어지간한 공사를 하다보면 공사장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아주 그냥 일상다반사인 것 같더라고.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경우도 많고.
사실, 평화롭고 조용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몇 달 동안 뚝딱거리고 톱소리나고 트럭 지나다니고 이러면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 불편함을 자본으로 환산해서 보상해주기를 바라는데, 문제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자본 환산치가 다르다는 데에 있겠지.
아무튼, 입주자회의에서 돈을 요구했을 때 이래저래 짱구를 굴려보니, 공사지연으로 인한 손해보다 금전적 배상이 더 용이했던 모양인지, 토지주가 ‘콜’을 외쳤더랬어. 돈도 많지. 내가 듣기로 한 5천 불렀다고 들었는데. 그럴 돈 있으면 나 좀 주지.
문제는, ‘콜’을 외친 것에 대해 입주자 회의에서 ‘받고 5천 더!!!'를 외쳤다는 것. 이 말은 땅주인이 한 말이라 사실 관계는 정확하지 않음을 밝힌다. 저 쪽 말은 들어본 적이 엄서. 땅주인 말에 따르면, 저쪽에서는 꼬우면 뒈지시든가를 외쳤다고 그래. 그리고 땅주인은 정말 꼬와서 뒈져버렸어.
나중에 입주하고 나서 그 아파트 주민들과 이야기도 몇 번 해봤는데, 입주자회의라는 곳이 일부 영감님들이 장악하고 마음대로 하는 곳이라 일반 주민들의 의견과는 많이 달랐다고 미안해하더라. 아무튼, 그 때는 아파트 입구에 ‘공사하려는 악마놈들아! 네놈들 지나갈 길은 1차선 시멘트길이니라’ 이런 살벌한 문구가 걸리기도 했었어.
실제로, 그러고는 아파트 앞의 2차선 길을 놔두고 1차선 시멘트길로 우회해서 아슬아슬 덤프트럭이 다니는 걸로하고 구청에서 착공허가가 나왔어.
덕분에 몇 달 정도 공사 시작 지점이 늦어져 버렸어. 원래는 춘삼월에 시작해서 장마전에 완공/입주 이런 계획이었걸랑. 그 계획이 물 건너 간 거지. 유월에 시작해서 구월에 입주하자고 계획이 또 바뀌었네? 참고로 9월이면, 내가 원래 입주하려던 시점에서 이미 반 년이나 넘게 밀려있던 시점일 예정인 거야. 전세 기한(가까스로 연기) / 대출 계획(신용대출로 버티기) / 직장 이동 문제(직장은 이미 이사할 집 근처로 옮겨놨는데...ㅜㅜ) / 아이 어린이집(9월에 가면 누가 자리 비워뒀다가 어서오세요 하나?) 이런 것들이 연동으로 마구 밀려가면서 정신이 하나도 엄써.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드디어 토목공사의 첫 삽을 뜨게 되었어. 밭을 정리하고 마을 형태를 만들고 도로 닦고, 상하수도 관 매설하고, 뭐 그런 작업. 예상할 수 있다시피 2차선 도로를 두고 시멘트 외길로 다니자니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기는 힘들었겠지.
알다시피 토목공사가 끝나면, 다시말해 도로도 연결되고, 상하수도도 매설되고 집터도 반듯하게 닦이고, 전선도 들어오고 이러고 나면 그 위에 집을 지어야되는 것 아니겠어? 심시티를 생각해봐. 전기랑 수도관이랑 도로를 설치해놔야 집이 들어서잖아 왜.
그런데, 민원관계로 토목공사자체가 몇 달 미뤄지고 보니, 건물 올릴 타이밍인데 아직 상하수도관도 안 묻혀있는 아스트랄한 상황이 펼쳐졌어.
이런 상태의 땅에다가 집을 지을 줄 알았더니
이런 상태에서 공사하게 될 줄이야.
입주 예정시기가 예상치 못하게 막 미뤄지자, 사람들이 곤란해졌어. 더 이상의 이탈자가 나올까봐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 것은 이 때 였나봐.
이렇게 해서 한 편에서는 상하수도관 박고, 전선 깔고 이러면서 마을 형태를 만들어가고, 또 한 편에서는 집을 뚝딱뚝딱 지어가고 뭐 그렇게 됐어.
2. 운명의 선택. 시공사 선정
사실, 나의 경우는 좀 특이해서 토목공사하는 업체와 건축공사하는 업체가 달랐지만, 철수처럼 개인적으로 집을 짓게되면 시공사가 토목공사/건축공사 다 하게 될거야.
어쨌거나 저쨌거나, 시공사를 잘못 만나면 그 집은 완전히 좋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내 생각에는 어떤 시공사 만날지는 그냥 ‘운명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건축협회에서 말하는 시공사 선택시 유의사항을 혹시라도 모르니 한 번 보자.
①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하라. 란다.
그런데 문제는, 조또 모르는 내가 업체가 제시하는 공사비가 합리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아서 그 중에서 제일 합리적인 것 같은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하게 되겠지. 문제는 내가 뽑은 ‘합리적인 견적’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까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 그러다보니, 제시한 견적 중에 제일 저렴한 놈을 고르게 되겠고, 종국에 눈탱이 테크를 타는 거지.
자. 몇 개 업체에서 견적 상담을 했어.
A 업체 : 평당 550만 원은 받아야되는데, 내 이번은 특별히 500만 원에 하려고 한다. 환율이 높아져서 수입단가가 올라가서 자재비가 자꾸 오르는 실정이다만, 우리나라 단독주택 문화 활성화를 위해 평당 500을 고수하려고 한다. (견적가 1.5억)
B 업체 : 설계도를 분석한 결과 자재비가 XXXX만원, 인건비가 XXXX만원, 업체이윤이 XXXX만원, 부가세가 XXXX만원. 이래서 총 XXX만 원입니다. 상세 내역은 여기에. (견적가 1.2억)
C 업체 : 남들은 평당 500정도 불렀겠지만, 나는 당당하게 평당 550만 원을 제시하는 바이다. 다른 놈들은 다 사기꾼이다. 내가 몸통이다. 평당 50만 더 써라. 그러면 정말 멋지게 지어줄 수 있다. 내 명예를 건다. 그 이하로는 인건비도 안나와. 힘들어, 힘들어. 그 이하로는 난 안 할래. 못 해. (견적가 1.65억)
이러면 댁들은 어느 업체를 고를 것인가?
내 경우에는 제시된 견적 중에 제일 저렴한 놈은 왠지 나중에 눈탱이 치는 놈일 것 같아서 A업체를 골랐어. 그래서 돈은 좀 더 들더라도 제대로 지어줄 것 같은 시공사와 계약을 했지. 그 결과.
이 글을 쓰고 있어.
결과적으로보면, B업체와 진행했던 우리 동네의 다른 집들, 얼렁뚱땅 건설하고는 망하고 사장이 잠적한 상태야. A업체의 경우는 온 돈 다 받아먹고는 얼렁뚱땅 지어놓고 망했다고 사장이 잠적한 상태야. C업체는 아무도 같이 진행을 안하고 버림 받았어. 나중에 보니 C업체가 제일 잘 짓는 것 같더라. 돈은 돈대로 어느 업체와 진행하든 C업체가 제시한 금액에 버금가는 돈이 들었고. 그렇다고 견적 제일 쎄게 부르는 시공사랑 계약하라고 말해주기에는 키보드를 잡은 손이 좀 후달리네.
② 주택시공에 대한 풍부한 시공경력을 갖는 업체를 선택하라. 란다.
아무래도 시공경력이 많은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잘 지을 수 있겠지? 그리고 눈탱이를 자주 치는 시공사는 결국 경쟁의 원리에 따라서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고. 그러다보니 오랜 세월동안 같은 이름으로 시공을 해온 업체가 있다면 새로 생긴 시공사 보다는 믿을 수 있을 확률이 조금은 높다고 볼 수도 있겠지. 시장에서 검증되었다고 퉁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야.
문제는, 시공경력이 많은 업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데에 있겠어. 아시다시피,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위주의 주택문화가 우리나라를 지배한 지가 좀 됐지. 그 동안 단독주택 시공업자들은 타임캡슐속에 냉동인간 상태로 들어 있었겠어?
내 경우에는, 이쪽 바닥에서는 가장 시공경력이 많다는 시공업체를 선택했어. 말로는, 목조주택 분야에서는 권위자라고, 다른 업체에서도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언을 구할 정도의 선구적인 업체라고 그러더라고. 그 결과.
나는 이 글을 쓰고 있지.
돈이 몇 천만 원 단위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일이니만큼, 시공사가 예전에 시공한 건물을 답사하고 그 집 주인의 의견을 한 번쯤 물어보는 것은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아주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싶다.
③ 공사현장과 인접지에 위치한 시공업체를 선택하라. 란다.
이것은 정말 진리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경기도가 공사장인데, 시공업체가 데려오는 사람은 죄다 목포나 그 인근사람들. 왔다갔다 기름값에, 잤다하면 숙박비에, 일하시는 분들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힘들고. 인건비 상승하는 거야 시공사 사장 사정이니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은 아니지만, AS라도 받을라치면, 목포에 계신 분들이 경기도까지 언제 행차라도 해주시나.
집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보니 하자도 있을 수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AS가 제대로 안 되면 그건 정말 괴롭다. 물론, 썩을 놈들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오겠지만. 아무리 멀리 있는 놈들도 돈만 주면 총알같이 달려 오지만. 기본적으로는 가까운 것이 좋다고. 똑같이 돈주면 가까운 놈이 더 빨리 오니깐.
④ 중규모 이상의 시공업체를 선택하라. 란다.
잘 찾아봐라. 아마 없을 거다. 알다시피 중규모 이상의 시공업체는 집 한 채씩 지을 생각이 별로 엄서요~
⑤ 경영자의 인격과 성실을 점검하라. 란다.
사람 좋게 생겨가지고 호탕하면서 두루뭉실하게 일처리를 하는 시공사 사장과 싸가지는 좀 없어 보이고 돈만 밝힐 것 같이 생겼는데 칼 같이 정확하게 일처리할 것 같은 시공사 사장이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결과는 까봐야 안다. 경영자의 인격과 성실을 점검하기란 쉽지가 않으니, 거의 첫인상으로 판단하게 되지 않겠어?
자 이렇게 해서 심사숙고 끝에 시공사를 선정했다고 치자. 포커에서 10, J, Q, K 다음에 뽑은 시공사라는 카드가 에이스일지, 아니면 뒈질 4일지는 완성된 집에서 사계절은 보내봐야 알 수 있다.
결국 나는 또 시공사 선정을 우째 하든 결국은 로또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최선의 시공사를 고르는 것보다 최악의 시공사를 피하는 것 정도가 시공사 선정의 핵심이지 싶다.
2-1 직영 시공
시공사한테 호갱님이 되고 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번에 혹시 집 지으면 시공사 없이 내가 목수아저씨들 직접 고용해서 임금 안 때 먹고 제대로 지어야 되겠다. 물론, 공사 과정에 어떤 어떤 업체를 어떤 순서로 불러야될까에 대해서 모른다면 이 방법은 곤란하겠지. 이웃분들 중에는 공사 도중에 시공사가 도산하면서 셀프직영시공으로 갈아타셨던 분이 계신다.
존경한다. 나라면 못 했을거다.
3. 시공 계약서 작성
똥일지 된장일지는 찍어 먹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시공사를 선정했다면, 이제 계약서를 쓰고 서로 도장 꽝꽝 찍고 계약금 계좌이체까지 슝슝하고나면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다행이 찍어봐서 된장이면 다행인데, 똥이면...
그래서 계약서를 똑바로 잘 써둬야된다. 시공사에서 출력해오는 계약서에 ‘여기 찍으시고, 여기 찍으시고’ 이럴 때 읽어보지도 않고 인감도장 훌렁 찍으면 아주 맛탱이가 가는 것이야.
자, 그럼 내가 땅을 치고 후회한 시공사와의 계약서 오류나 이야기를 해줄테니 빠뜨리지 말고 이런 조항을 확실히 넣도록 해. 딴지스 중에는 읽고 나서 나보고 병신, 이런 거 빠뜨리냐 등신아 이럴 사람도 많겠지만, 나 같은 등신이 또 있을지 모르니까 등신짓 예방차원에서 올린다.
내가 빠뜨린 등신 짓
- 총 공사비를 확실하게 적어 놓을 것.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집 시공계약서를 보니, 총 공사비 항목이 읎네?
- 집이 완성되었다는 것의 기준.
집 건물이 다 지어진 경우? 인테리어 완성? 마당까지 완성? 도배 완성? 집주인이 들어와 사는 날? 이거 기준이 엉성하면 업자들이 ‘집 다 지었으니 돈 주세요.’이런다. 집주인이 볼 때에는 한참 멀었는데.
- 집 완성시키는 기한
언제까지 집 지어줄거니? 그 날까지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어줄거니?
- 기한까지 완성 못 시키면 하루에 얼마씩 토해낼래?
법적인 %도 있더라. 하루 0.22%인가? 좀 야박해 보여도 꼭 넣도록 해. 완성되고 나서도 집주인이 돈을 못 지불하면 하루에 얼마씩 더 줄래?도 함께 적어놓으면 좀 균형 있어 보여.
- AS 기간이 1년이면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몇%는 미지급하는 걸로.
500~1000만 원 정도는 AS기간 끝 날 때까지 묶어놓도록 해. 싫다 그러면 하자보증보험 5000만 원짜리 끊고 시작하자고 하든가. 설정비가 150만 원 정도 들어가. 하자보증보험은 시공사에서 AS 안 해주고 쌩깐다고 하면 보험회사에서 돈을 5000만 원까지 물어주는 건축관련 보험이야.
- AS 해달라고 그러는데 안 오면 정말 서글퍼. 입주하고 5개월 정도 지났는데 지붕에서 물이 샌다고 치자. 이거 고쳐야 되잖아. 그런데 시공사가 전화를 쌩 까거나 바빠서 내일모레글피4일후 다음 달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혈압 올라. 그냥 미지급 금액에서 AS 비용으로 사용하고 영수증 첨부해서 잔금에서 까는 것이 방법일 것이야. 물론, 약속과 신뢰의 우리 대통령가카대왕대비마마같은 시공사를 만난다면 상관없겠지.
- 하청업체에 제때에 대금을 지급할 것. 나는 이 조항 생각도 못했는데, 집 짓다가 정말 후회했어. 물론, 하청업체와 시공사는 자기들끼리의 갑을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형님아우하는 사이들인 경우도 많고 그렇지만, 돈 앞에 형님아우가 어딨어? 시공사가 건물주인한테 돈 받아서 하청업체 안 주고 자꾸 꾸물럭 거리면 실질적으로 너님들 집 지어주는 하청업자들이 한을 품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되. 생각해봐, 한을 품고 죽은 쇠고기를 먹어도 사람에게 전달된다는데 집 짓는 사람들이 한을 품고 집을 지으면 제대로 집이 지어 지겠어? 이상하게도 나는 돈을 줬는데, 현장에서 일하시는 진짜 노동자분들은 돈을 못 받았다며 화가나있으시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거지. 그저 통닭에 맥주로 이야기 들어드리고 화 풀어드리는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까 미리 이런 조항을 넣도록 해봐. 하청업체에서 제때 대금을 못 받았다면서 하청업체-시공사간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경우 계약해제하고 직영공사로 전환하거나 다른 시공사와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정도이면 시공사 사장이 충분히 알아들을 거야.
건축협회홈페이지나 표준도급계약서를 검색해서 다운받아서 작성하는 것도 방법도 있겠어.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의 말을 믿고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거래가 되면 좋겠지만, 돈이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니 서글픈 세상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말로 한 건 다 소용없다는 점은 액자로 만들어서 걸어놓고 싶다.
그냥 포기하면 편해...
4. 드디어 공사 시작
드디어 공사 시작이다. 힘들다. 다음에 계속...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지난 줄거리
분노하샘은 마을 공동체가 붕괴된 아파트에서는 아이를 기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건축 조또 모르면서 단독주택으로의 이전을 꿈꾸다 타운하우스 분양광고에 낚여 설계를 마치고 시공업체와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마는데...
건축 공사
우리 집은 목조 주택이야. 목조 주택 그러면 통나무집이나 톰아저씨의 오두막이나 피자헛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게 된다. 나보다도 모르다니... 하는 생각?
집의 뼈대(구조라고 하나 봐.)를 어떤 재료로 하는지에 따라서 집 종류를 나누기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나무 뼈대로 벽이니 천정이니 만들어서 속을 채우는 식으로 지어졌다. 이런 집을 목조 주택이라고 부르나 보다.
집의 뼈대를 콘크리트로 하면 콘크리트 주택이 되는 거고 뭐 그런가 봐. 아파트나 상가들을 생각하면 되겠어. 철근콘크리트 이런 이야기는 다음 다음 기회에 해 보자.
벽돌을 쌓아서 뼈대를 삼으면 조적조 주택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우리 어릴 적에 단독주택단지에 지어졌던 것들은 죄다 이런 집들이었을 것 같아. '한지붕세가족'에 나오던 그런 집이라면 생각나겠지? 1층에는 주인집이 있고, 1층 단칸방에 사글세 사는 집을 위한 작은 부엌이 있고, 2층에도 세 들어 사는 집을 위한 공간이 있고 뭐 그렇고 그런 구조의 집 말이야. 꼬마돼지 삼형제 중 막내가 지었던 벽돌집이 조적조 주택이라, 막연히 늑대가 훅 불어도 안 넘어갈 것 같은 그 집.
어쨌든, 그 중에 나는 목조 주택을 지었어. 목조 주택이 다른 종류의 집들에 비해서 빠르게 지을 수 있고, 아무래도 나무니까(물론 화학 약품으로 떡칠을 했겠지만) 다른 재료들보다는 자연친화적이고, 나무 자체가 단열의 효과도 있다고 그러고 이쁘고 부드럽고 어쩌고 저쩌고.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제대로 콩깍지가 씌었나봐. 목조가 비싸고 불에 약하고 뒤틀림이 있고 이런 것은 귀에 안 들어왔었어.
그러니까, 내가 지은 집은 목조주택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집은 지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알아두길 바래.
6월 중순 경 공사 첫 삽을 뜨자, 먼저 레미콘이 와서 바닥에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집터를 만들더군. 그걸 ‘버림(뭘 버려?)’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야. ‘목수느님’이 몇 명 온 것은 이때인가 봐. 나는 목수는 나무 관련 일만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 이렇게 쏟아부은 콘크리트 판때기 위에 집이 지어진다고 하더라고.
기초 만들기
몇 날 동안 콘크리트를 말려서 딱딱해지자(이걸 기술시간에는 양생이라고 했던 것 같구먼... 왠지 영양갱을 먹고 싶어지는 응?) 그 위에 거푸집을 만들었어. 중학교 기술 시간에 홀랑 벗은 몸뚱아리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기술 대신 가사를 배웠다는 사람들을 위해, 거푸집 설명을 하자면, 거푸집은 이를테면 붕어빵틀 같은 거. 붕어빵틀=거푸집, 밀가루반죽이랑 앙금=콘크리트.
요렇게 빵틀을 만들고
빵틀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굳히면
거푸집이 완성되자 또 한번 레미콘이 와서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쏟아 넣어서 1층 벽체를 만들었어. 1층 벽체가 굳어지자 거푸집을 뜯어 냈어. 아참, 우리 집은 1층은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있고, 그 위에 목구조를 올려쌓은 식이야.
빵이 되는 것이에요
목수느님이 그 위에 나무로 벽을 만들기 시작했어. 망치랑 톱이랑 못이랑 쓱싹쓱싹 거리면 신기한 것들이 막 생겨나는데, 일주일도 안 걸려서 대충 집 모양이 연상될 정도로 나무로 벽의 뼈대를 만들었어.
만능 목수느님들
6월 말. 장마가 시작됐어. 생각보다 장마가 길더라고. 8월 말에 입주할 수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내가 넉넉하게 9월 말에 입주하자니까 시공사 사장이 너무 시간 길게 잡는다고 우겨서 8월 말로 잡혀있었고, 살고 있는 집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하고 있었어. 살짝 후달리는 느낌?
순식간
긴 장마가 지나고, 다시 공사가 시작됐어. 하루하루 올 때마다 한 층씩 올라가는 것 보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 그렇게 뼈대를 만들고 지붕뼈대까지 올리고 나면 목수느님들은 일단 철수.
뼈대가 만들어졌으니까 핏줄과 신경도 넣고 살도 넣고 피부도 발라야겠지.
설비 팀과 전기 기사가 오는데, 전기 기사는 전선을 깔고 위치에 맞춰서 콘센트를 달아 놓아. 설비 팀은 배수파이프랑 수도관을 달아 놓고 그래. 이때부터 문제가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기 시작했어.
그 문제는 바로 우리집만을 위한 전기 도면과 설비 도면이 없었다는 것. 지난 번에 이야기했지? 우리 집이 원래 똑같은 구조의 집을 여러 채 지어서 분양하는 방식으로 하려다가 나자빠져서 개별 설계로 가게 됐다고 말야. 그래서 개별로 구조가 이리저리 바뀌었는데, 설계를 담당했던 업체에서 집집이 개별로 전기 도면과 설비 도면을 만들어줄 생각이 없었나봐. 나는 당연히 설계 업체에서 설계를 하여 시공 업체에 넘겨준 것으로 알고 있었지.
출근해서 열심히 돈벌고 있는데 띠리링 전화가 왔어. 처음 듣는 목소리. 전기 기사라는 양반이 느닷없이 나한테 전기 도면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네. 뭘 보고 공사해야 될지 모르니 당장 오라고 하는데, 나도 백수가 아닌지라 맨날 조퇴 쓰고 공사 현장에 붙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설계 업체에 전화했더니, 자기들은 전기 도면이랑 설비 도면이랑 제공했다는 거야. 나는 받은 적이 없고, 시공사 사장도 못받았다 그러는데.
그래서 따졌더니, 개별 설계로 바뀌기 전에 제공했던 도면을 바탕으로 창의적 변형을 하라고 하더라? 이 바닥은 원래 다 그렇게 한다더라고. 담당자 말이 목조 주택은 워낙 현장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현장 변경이 많아서 정확한 전기/설비 도면은 애초에 제공이 불가능하다네. 요약하자면 전기와 설비에 대한 원칙을 자기들이 ‘사실상의 제공’을 했으니 현장에서 응용하면 된다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는 현장에 가니 업자들은 무슨 소리냐며, 설계도 없이 공사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투덜투덜. 그러고 보면 또 그 말도 맞는 것 같고.
설계 업체의 논리를 전달해 줬더니 씨부렁거리면서 원래 제공했던 도면을 보여달라고 하더라고. 이 부분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어. 설계 업체에서 이렇게 저렇게 지으라고 시공 업체에게 뭔가를 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고. 그것을 ‘시방서’라고 부른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시공 업체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은 받은 도면이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현장 사무실에 가서 보니까 각 층의 평면도만 덜렁 걸려 있더라고. 지금 당장 공사는 해야되는데 설계도 달라고 해서 그려준들 어느 세월에 그리고 받아서 하겠나 하면서 시공사 사장이 평면도에 표시라도 해달라네. 급한 마음에 내가 표시해서 줬어.
나님의 뻘짓
그걸 전기 기사 아저씨에게 갖다 줬더니 이걸로는 못하겠단다. 갑자기 내가 여기 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 + 설계 맡은 회사에 불질러버리고 싶은 생각이 막 들어.
집에 있는 pdf 파일 뒤적뒤적해서 일괄건축 당시의 전기도를 찾아서 출력해서 갖다 줬어. 근데, 이번엔 그게 우리집이랑 좌우가 대칭이네. 내가 봐도 너무 어지러워. 전기 기사 아저씨도 아주 짜증내고 난리야. 설계 업체에 전화했더니 안타깝기는 한데, 지금 업무가 많이 밀려서 한 집 한 집 못해 주겠다네.
한숨 쉬던 전기 기사느님, 빨간 락카를 나에게 주면서 그냥 어디어디에 컨센트 설치하고 어디어디에 스위치 설치하고 어디어디에 전등 달고 할 건지 벽에 빨간색 락카로 뿌리라고 하더라고.
나님의 뻘짓 퍼레이드
어때. 이야기가 점점 더 좋게 되고 있는 것 같지?
그나마 나는 직장도 근처로 옮겨놨고, 집도 현장에서 20분 거리에 있어서 락카라도 뿌렸어. 직장도 멀고 집도 두 시간 거리에 있던 이웃은... 에휴 말을 말자.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전기공사를 끝내고 설비공사도 끝냈나봐. 나무 뼈대에는 전선/배관이 주렁주렁 달렸어. 염병할 공사판 사진이 왜 저래 많냐하면, 설계도가 없는 노릇이잖아. 시공 업체에서 나중에라도 설계도를 제대로 그려달라고 설계 회사에 요구를 하라고, 그러려면 벽 속에 들어가 있는 놈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 놓으라고 하더라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들이 집 하자가 있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설계도를 대신하고 있는 아주 알흠다운 상황이야.
우리 집 설계한 업체가 누구며, 건축가 이름이 누군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명예훼손으로 또 검찰청 들락날락할 일이 생기면 심장이 바운스바운스할 것 같아서 안할란다. 알지? 이 글에 나오는 상황과 위 사진들과 이 글과 모든 정황들은 모두 소설이어야 한다는 것. 안 그랬다가는 견과류 알레르기 생길지도 모른다.
구글에서 견과류 알레르기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특정 상표와 절대 관련 없음.
아무튼 요로코롬해서 전선과 파이프를 설치하고 나면 다시 목수아저씨들이 와서 나무뼈대 사이사이에 살을 넣기 시작해. 뼈대 사이에 베개같이 생긴 단열재를 채워 넣고, OSB라고 불리는 패딩누더기처럼 생긴 합판이랑 석고로 된 판때기로 몇 겹 옷을 입히고, 그 위에는 방수포라는 놈을 붙이고 그래.
속 찬 모습
저 상태에서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따라서 집의 겉모습이 결정되는데,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무슨 석고로 된 판때기 같은 놈을 이어 붙였어. ‘K-mew’라고 부르는 놈이라는데, 이웃집들이 같은 재료로 하자는 분위기라 얼렁뚱땅 같이 하게 되더라고.
한편, 집 안에서도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데 이맘때가 되면 공사하시는 분들이 현장에 엄청 바글바글 거려.
바닥에는 보일러 틀면 온수가 지나가면서 바닥을 따뜻하게 해 줄 파이프도 깔고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서 온돌바닥을 만들었어. 이 파이프가 지나간 바닥은 나중에 보일러를 틀면 뜨거워진 물이 파이프로 순환하면서 바닥이 뜨거워지는 방식이야.
아까 그 파이프 위에 시멘트를 부어서 미장하고, 시멘트 바닥 위에 도배를 하면 바닥이 모양을 갖추게 되는데, 바닥에 어떤 재료를 쓰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어. 어떤 재료를 쓸지, 디자인과 색상은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을 좀 해 놓는 것이 좋아.
도배 공사 할 때쯤이면, 도배 공사 외에도 설비 공사, 타일 공사, 인테리어 공사, 주방 가구 설치, 기타 등 완전 북새통이야. 집주인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민을 할 시간과 에너지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태야. 바닥 재료를 고르는 것 외에도 선택해야 할 것들이 무지 많지. 하나하나 고민하고 선택해 두었다면 좋겠지만, 공사 직전에 선택하게 되면 제대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바닥 도배와 비슷한 시기에 집 안에서 일어나는 공사들을 나열하자면 이래. 각각 글 하나씩 나올 법한 것들이지만, 쭉 이야기를 할까 해.
(1) 도배하시는 분이 바닥과 함께 벽지 도배를 해.
(2) 설비 업체에서 화장실에 바닥 방수 작업을 해.
(3) 타일 붙이시는 분들이 화장실과 현관과 부엌에 타일을 시공하셔.
(4) 타일을 붙이고 나면 설비 업체에서 변기/세면대/욕조 설치하고, 주방 가구 업체에서 주방 가구 설치하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신발장을 설치해.
(5) 보일러 시공하시는 분이 보일러 시공하셔.
(6) 전기 기사 오셔서 전등이랑 스위치랑 콘센트 설치해.
(8) 가스 업체에서 가스레인지/보일러에 배관을 연결해.
(9) 청소 업체가 와서 공사 중 나온 쓰레기와 먼지를 싹 청소해.
(1) ~ (8) 이 한 2주일 정도에 동시에 진행된다고 보면 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리 고민해 두는 것이 좋아. 돈, 디자인, 내 생활 습관 등을 다 고려해서 말야.
정신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입주하기로 약속했던 8월은 지나가고 9월도 한참 지나, 10월이 다가오고 있었어. 전세 집도 이미 다음 사람이 구해졌고, 이사 날짜도 정해 놓은 상태라 집도 빼야 할 상황이고.
공사 진행 상황을 보니, 집 안은 어느 정도 사람이 살 만한데, 집 밖의 상황은 별로 그렇지가 못했어. 집 앞에 굴삭기가 왔다갔다 거리고, 정화조가 설치되기 전이라 똥싸면 구덩이로 떨어지고. 1층에 타일도 안 붙여져서 회색빛이고, 데크 공사가 안되어 있어서 문 열면 낭떠러지고 등.
입주 당시 입주 몇 달 후
9월 말에 입주하고 나서도 집 밖에서는 공사가 계속 되고 있었고, 아내와 아이는 잠시 정리가 될 때까지 부모님댁에 갔지.
그렇게 완성이 된 집인지 아닌지 굉장히 애매한 상태의 집에 들어가게 된 거야. 집안을 보면 완성된 것 같은데, 집밖을 보면 완성되었다고 보기 힘든 그런 상태?
진짜 좋게 되는 스토리는 여기부터야.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시공사에게 돈을 100%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어. 위에 왼쪽 사진을 봐. 100% 지급하게 생겼어?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때까지만 해도 시공사 사장이 잠수타기 전이라서 시공사 사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 공사하다가 다른 현장에 급한 일이 있다고 인부들이 모두 철수하는 등의 일이 잦아지면서 입주 날짜가 조금 늦춰져도 ‘그 영감님 8월말 입주는 개뻥. 그 날짜에 맞춰서 집 안 내놓기를 잘했네’ 정도로 웃고 넘어가는 수준이었지.
9월 말에 입주하고 시간이 흘러 10월. 추석 명절이 다가올 무렵 전화가 한 통 왔어. 우리 집 공사를 했던 목수느님이야.
“너님 집 공사 내가 졸 열심히 했는데, 일한 보수를 아직도 다 받지 못하여 추석 명절도 지내기 힘들어. 공사 대금 아직 100% 지급 안 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시공사 사장한테 나 돈 못 받잖아. 미워.”
술 좀 드신 것 같은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뭐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시공사 사장한테 목수아저씨가 연락을 해.
목수 : 보수 언제 줄 거냐?
사장 : 집주인이 돈을 덜 줬다. 그래서 나도 돈이 읎다.
목수 : 뻥치지 마라.
사장 : 정말이다. 너도 알잖아 나 어떤 사람인지 등 개드립.
목수 : (집주인에 대한 원망 100%) 알았다 쓰부랄. 내가 집주인한테 직접 전화해 볼게.
뭐 이런 그림?
이런 난감한 일이 있냐는 말이지. 물론, 이 사람과 나와는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내 책임은 아니야. 시공사 사장이 빚을 내서라도 노동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되겠지. 문제는 그 순환 고리 속에 내가 지불하지 않은 돈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 한다는 거야.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맨날 우리 집에서 뚝딱뚝딱 일하시던 마음씨 좋게 생긴, 땡볕에 그을려 구리빛인 목수아저씨. 우리 집 공사하느라 몇 달 동안 집에도 못 내려가고 인근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던 그 분이 추석 명절에 돈을 못 받았다니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 화나기도 하고 해서 시공업체 사장에게 전화했어.
나 : 왜 목수아저씨 보수 지급을 안 하냐.
사장 : 나도 주고 싶다. 그런데, 우리집 이전에 시공했던 집에서 아직도 잔금을 몇천만 원 덜 받았다. 그러니, 나도 돈이 없어서 못 주고 있는 거다.
나 : 대금 남은 놈 주면 보수 지급이 되는 거냐.
사장 : 그렇다.
나 : 알았다.
장황하게 이야기해 놓았지만, 내가 절체절명의 등신짓을 또 저지른 이유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란 걸 알아. 그러면 안 되었던거야. 하늘이 무너져도 돈을 그냥 주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왜 그랬는지. 자포자기였는지 고생을 좀 덜해서 정신을 못 차려서 그랬는지, 일한 사람들한테 돈은 줘야된다고 잔금을 지급했어.
시공사 사장에게 잔금을 치르면 그 돈이 목수아저씨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참 순진한 멍청이였던 거야. 차라리 시공사 사장에게 니가 미룬 임금을 내가 지급하니 잔금에서 까겠다고 이야기하고 직접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알고 보니, 시공사 사장한테 돈을 못 받은 하청업체가 많은 거야. 많았다기보다는 돈을 제대로 받은 하청업체가 없는 거야.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목수아저씨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잔금을 다 줬잖아. 그런데, 만약 그 때 안 줬다면 어땠을까? 이웃 중에 주지 않은 사람의 경우를 보면, 뭐 이런 식이다.
대략 이런 상황
지금까지 나온 하청업체 및 인부를 보자. 대부분 1인 기업이야. 목수들(가수 아님), 도배 기술자, 타일 기술자, 전기 기술자, 설비 기술자, 보일러 시공자, 창호 업체(창문 판매), 지붕 업체, 외벽 공사 업체, 인테리어 업자(실내 계단 같은 거 하는 분), 싱크대 업자, 동네 건재상, 정화조 매설 업체, 기타 등 여기 다 적지 못한 분들도 많아.
그 사람들 중에서 돈을 덜 받은 사람들이 다~ 연락온다는 거다. 하루에 이 사람들한테 한 통씩만 전화 받는다고 생각해 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거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돈을 못 받은 하청업체에서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째되겠냐. 물론, 내가 본 하청업체 사람들은 진짜 기술을 가진 노동자 분들이고 선량한 분들밖에 못 봤지만. 결국 시공 업체에서 중간에 돈을 다른 용도로 써 버리면 집주인이랑 하청업체들만 좋게 돼.
우리 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하청업체에서 10~20%의 보수를 못 받았다고 그러더라. 나는 돈을 다 줬는데, 내가 사는 집에 실질적으로 손때를 묻혀서 일하신 분들은 돈을 덜 받아서 곤란한 상황이었지. 이것은 정말 서로 환장할 노릇인 거야. 선량한 분들이라 이미 시공이 끝난 자신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아무튼, 내가 잔금을 다 치렀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하청업체 사람들 사이에 퍼졌는지, 그 이후로 나에게 전화 오는 사람은 없었어. 잔금을 치르고 몇 달 후, 외벽 타일을 붙이는 분이 와서 외장 공사를 마무리 하는 것으로 우리 집 공사는 일단락 되었어.
입주 이후에 AS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해 보자. 이야기는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연재가 너무 뜸해서 할 수 없이 지난 줄거리
분노하샘은 전원주택에서의 평온한 삶을 꿈꾸며 단독주택 건설의 꿈을 키우다 한 유명건축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타운하우스 사업 설명회에 넋이 나가 집짓기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설계의 필요성을 몸으로 깨닫고, 제대로 된 시공사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몰랐던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입주하게 되는데...
하자는 주택의 운명
사실,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하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하면 그런 건 또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겨울이면 창틀과 베란다벽에 눈물이 주룩주룩나고. 봄이면 그 자리에 곰팡이계의 흑형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침실에서는 아래층 위층 아저씨 잠버릇을 알 수 있고. 재벌기업 건설사에서는 이런 것들은 하자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하자로 인정받게 되더라도 땜질 처방만 하고. 입주자 회의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천기를 누설하지 말라 그러고. 그런 좋게 되는 상황이야 어제 오늘일이 아니니 말하지 말자.
하자.
집을 지을 때에 업자들은 집을 지으면 크든 작든 하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아무리 설계가 제대로 되고 현장에 계시는 분들이 최선을 다했다한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실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좀 무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집은 목구조 건물이라서 1년 안에 하자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나무라는 놈의 특성상 집이 지어진 이후에도 수분이 빠져나가거나 들어가거나 하면서 뒤틀리거나 휘는 수가 있는데, 업자들은 이런 과정을 ‘자리잡는다’는 말로 표현을 하더라는. 아무튼, 그렇게 1년 동안 자리를 잡아가면서 집의 뼈대가 휘거나 뒤틀리게 되다 보니 벽에 발라놓은 타일에 금이 간다든지, 화장실 바닥의 방수가 깨진다든지 뭐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단다. 그래서 시공회사와 계약을 할 때에 하자보수 보증기간을 써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집주인은 보증기간을 늘리고 싶고 사장은 줄이고 싶고 그렇다. 단독주택시장의 관례는 보증기간이 2년인 것 같던데, 우리집 같은 경우에는 보증기간이 1년이었다.
집 다 짓고 나서 드는 생각인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보증기간 짧게 잡거나 길게 잡거나 할 것 없이, 그냥 깔쌈하게 5000만 원까지 보장해주는 하자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가입하는 데에 설정비랑 몇백만 원 들어가기는 하지만, 지금 와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것 되겠다.
타운하우스 분양설명회 당시에만 하더라도 건축가가 책임지고 시공회사들에게 돈을 거두어서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시키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는 약속일 줄이야.
아무튼, 하자가 발생해서 처리되는 과정을 한 번 보자.
일단 하자가 발생할 시 시공회사에게 집주인이 연락을 하게 되면
1. 시공회사에서 사람을 보내서 직접 하자보수 공사를 해 준다.
2. 시공회사 측에서 집주인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대금을 시공회사에게 청구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3. 시공회사에서 배째라고 그러고 하자보증보험에 가입된 경우 집주인이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대금을 하자보증보험에 청구한다.
4. 시공회사에서 배째라고 그러고 하자보증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경우 집주인이 알아서 하자보수공사를 하고 민사소송을 통하여 받아내거나 못 받아내거나 승소한다고 쳐도 시공사사장명의로 된 동산/부동산이 없을 것이거나.
넷 중의 하나의 방법으로 하자보수가 진행된다고 보면 되겠다. 뻔한 얘기지만, 내 경우는 4번이다.
하자 발생
입주하고 얼마 후 겨울이 찾아왔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영하 10도의 한파가 찾아온 다음 날 아침. 쌀 씻으려고 물을 틀었더니 꾸루룩 소리만 나고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를 않는다. 출근 시간이 다 돼서 떡진머리를 대충 모자로 덮고 집을 나선다.
하자 접수
출근 길에 시공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전중 전화는 불법이므로 모든 통화는 정차상태에서 한 것으로.
"아침에 물이 안 나온다. 수도가 언 것 같다."
"동네에 수도 뚫어주는 업체를 부르면 되지 왜 나한테 전화했어. 나한테 전화하면 얼었던 수도가 뚫리나."
"(태촌버전)그런가?"
하자 보수 진행
114에 전화해서 동네 설비업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동네 설비업체들은 이렇게 한파가 몰려온 다음 날이 대목인 것 같았다. 해빙장비를 갖고 다니는데 얼어있는 수도관 안으로 뜨거운 증기를 불어넣어서 녹이는 식이다. 한 번 출동하면 대략 15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10~15만 원정도. 그냥 부르는 게 값이라고 봐야겠다. 수도가 얼어붙은 집이 우리집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으로 대부분의 전화가 불통이거나 몹시 바쁘다고 했다. 우리집에 사람이 도착한 것은 내가 퇴근하기 얼마 전인 모양으로, 칼퇴하고 집으로 달려갔더니 아저씨가 철수하는 중이었다. 아저씨말로는 집외부에서 1층으로 가는 길까지 수도는 해빙했는데, 거기에서부터는 수도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몰라서 해빙기를 못 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때까지만해도 마음이 그렇게 급하지는 않았는데, 이날 저녁부터는 보일러도 안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물이 안 나오면 보일러도 안 돌아가나?
전기담요와 전기온풍기로 지낸 다음 날, 시공회사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동네 설비에서 왔는데, 1층만 뚫고 2층은 못 뚫었다. 보일러도 멈췄다."
"그 동네 설비업체 참 무능력하네."
"그러면, 능력있는 사람을 좀 보내봐라."
"그 집 시공한 업체 연락처 알지? 거기로 연락해 봐라."
"알았다."
우리집 배관 공사를 했던 업체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참고로 이 분은 우리집에서 고속도로로 5시간 거리에 거주하시는 분.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당시 이 분은 우리집 공사하고 공사대금도 덜 받은 상태에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수도관 동결에 관한 전화를 받았던 것.
"그 집이 지을 때부터 콘크리트 벽중에서 외부에 노출된 쪽에다가 수도관을 묻어 놓았더라고. 그래서 배관시공하면서도 ‘이런 집은 처음인디’ 그랬제. 우째저째(2층에 물 나오게 할 방법을 설명)하면 됭게, 동네 설비업체를 불러서 그렇게 해달라고 혀봐."
"알겠습니다~"
다시 동네 설비 업체를 섭외해봤지만, 알고 있는 동네 설비 업체에는 오려는 사람이 없다. 우리집은 못 뚫는 집이라고 동네 설비업체 사이에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배관 공사하셨던 분한테 다시 전화해 봤는데, "거 참, 답답하구마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이런다. 그 분 입장에서는 수도관을 외부에 노출된 벽속에 쳐박아 놓은 사람이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도 아닐뿐더러 공사대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짜증날 상황이었을 것 같다만, 당시 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하자. 냉골에서 전기담요로 지낼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아내와 애들과 함께 이웃집에서 씻고 왔다.
인터넷을 디벼봤더니, 겨울이면 수도가 얼어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정말로 많았다. 배부르게 살아와서 그랬는지, 그 때까지는 겨울 수도관 동파 대책의 세계가 있는 줄도 몰랐었다. 설비업체 불렀다하면 돈 십만 원씩 날아가니 셀프로 동파수도관 녹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블로그도 어찌나 많은지.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수도계량기를 헤어드라이어로 녹이는 비급이 전수되고 있었고, 이나마도 여의치 않는 경우를 대비해 압력밥솥을 이용한 사설 해빙기 제작방법까지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동네 철물점에서 인터넷에서 본 재료를 구입, 시도해 보는데 영 손재주가 읎다. 돈만 날리고 실패. 인내심 많던 아내도 울고 나도 울고. 대한민국에서 남아로 자란 필자는 표면상으로는 울지도 못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자마자 다시 동네 설비업체에 전화를 걸어본다. 다섯 번째 전화받은 분이 바쁘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저녁에 와 주신단다. 만삭의 아내와 아이를 또 다른 이웃집에 맡겨두고 출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벽속의 수도는 꽁꽁얼어서 녹이기는 불가능하고 대신 1층에 나오는 수도에 관을 연결해서 2층 수도에 연결해서 2층과 보일러에 물을 공급하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했다. 집안에 엑셀파이프가 돌아다니기는 해도 일단 보일러가 돌아가니 살 것 같다. 온수도 나온다. 어렸을 적에 왕왕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터지거나 해서 온 집안에 난리법석인 기억은 어렴풋이 나지만, 어른이 돼서 직접 겪어 보니 멘붕이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지났을 무렵, 겨울 햇살이 조금은 따사롭다고 느낀 어느 날 거짓말처럼 수도관이 다시 녹았다.
시공사 사장에게 수도관이 노출된 외벽체 속에 들어가 있어서 얼었다고, 대책을 요구하자, 겨울에는 공사가 불가능하니 다음 해 봄에 하자고 하는데, 듣고 보니 겨울에 시멘트 바르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다음 해 봄이 되었다.
이듬해 봄, 예상대로 시공사 사장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 보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자 일단 내 돈으로 공사를 해 놓으면 다른 곳에서 받아서 주겠단다.
시공사에서 받아준다는 곳이 내가 아는 곳인 데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또 한 해 넘어갈 것 같아 일단 내 돈으로 공사를 해 놓은 상태고, 그 돈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다시 겨울이 찾아와 이번 겨울에 또 다시 수도가 얼 것인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았는데, 현재까지 얼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도 하자보수 공사를 한 보람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집 하자보수는 끝이 났다.
결론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싸질러 놓고 보니, 도대체 뭘 말하려고 그러나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강조하자.
단독 주택 시공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직영으로 모든 업자들을 부리는 업체가 없다시피 하다. 시공업체가 자빠지기라도 한다면, 하자보수의 기회는 영영 사라지는 것. 따라서 최초에 시공업체와 계약을 할 적에 하자이행 보증보험에 꼭 가입을 해두자는 말씀.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자기 자본으로 사업하는 양반없고, 다시 말해서 언제든지 어음같은 거 함 잘못 꼬이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뱀발
이 글을 쓰는 목적
조또 모르는 쉐리가 집 지으면서 몰라서 당한 점과 쉽게 돈 털리게 되는 과정을 알림으로써 여러분이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내용
이 글을 쓰는 현재, 수도권의 외곽에 위치한 마을에 집을 지어 들어와 1년 째 살고 있는 나는 2011년 7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집이 내 마음에 들 정도로 완성이 된 2013년 8월까지의 일화를 써보려고 한다.(2012년 10월 입주)
또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르기에 이 글에 나오는 이름/지명/업체명 등은 모두 허구여야 한다.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허구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안 그러면 또 경찰서 들락거려야 되는데, 이거 굉장히 귀찮더라. 이런 표현의 자유 조또 없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연재 마무리는 해야할 것 같아 올린다.
글을 쓰다 보니 난생 처음 보는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도 오더라. 집 짓다가 좋게 된 이야기는 지금까지 했으니, 살아가는 이야기는 잡지사와의 인터뷰 답변으로 대신하고 날라버리려고 한다. 귀찮아서가 절대로 아니라는.
1.간략한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이름 : 분노하샘
나이 : 36
가족 구성원 : 나, 아내, 딸, 아들.
하시는 일 : 교사
성격 : 좋겠지.
기타 : 좋게 침.
2.집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형태, 구조, 평수 : 총 3층, 1층은 콘크리트구조, 2~3층은 목조, 다락. 1층은 5평+차고, 2~3층은 12.5평, 다락10평.
추구하고자 했던 스타일 : 디자인적인 안목이나 취향이 있지는 않았고, 마을에 통일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이웃이 있어 따라간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외장은 케뮤라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소재를 선택했는데,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붕은 스페인 기와. 지중해를 좋아하는 취향이 가미. 전체적으로 일본식 주택 느낌이 나게 되었다.
인테리어 측면에서 특별한 취향은 없지만, 아기가 어려 플라스틱이나 MDF/파티클보드보다는 되도록 집성목 이상의 나무소재 중심으로 꾸미려고 노력했다. 목구조주택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
+30대에, 그것도 직접 집을 짓게 된 계기
가진 돈도 넉넉지 못하고 연봉이 빵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을 모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는 아이가 커버릴 것 같아서 무리를 하게 되었다. 돈은 시간을 두고 벌 수 있지만 흘러간 시간은 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사시는 곳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우리 부부가 근무하는 곳이 용인시 수지구의 도시 지역이었는데, 자연에 가까운 환경이면서도 근무지를 크게 변경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다보니 용인시 처인구의 촌락지역을 선택하게 되었다.
1. 자연경관 : 집의 위치가 산자락 입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경사가 크지는 않은 편이어서 숲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좋았다.
2. 도시가스 :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인근의 아파트 단지 덕분에 도시가스 사용이 가능했던 것도 선택의 큰 이유다. 다른 후보들은 화목난로나 LPG를 사용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3. 금액 : 계약 당시 금액이 다른 곳보다 저렴했다는 것도 선택의 큰 요소였다. 당시 분양가는 2억 4천만 원대로 전세금에 통장잔고를 긁어서 3~4천만 원 대출을 받으면 구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었다.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장점
1. 이웃 : 아파트에서 단독주택마을로 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뭐니뭐니해도 이웃이다. 아파트에서도 이웃을 사귀려면 못 사귈 것은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주택으로 오면서 매일매일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된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도시에서는 주로 직장 동료들을 초대했었다면, 여기 와서는 주중과 주말 구분없이 이웃들을 초대하거나 초대받거나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2. 놀러갈 필요성을 못 느낌 : 아파트에 살 땐 주말이 되면 어디를 가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외식을 갈까, 쇼핑을 갈까, 공원에 갈까, 키즈카페를 갈까 등. 여기 와서는 주말이 되어도 어디를 갈지 생각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돈을 좀 덜 쓰는 것 같다. 사실 어디 나갔다하면 돈 10만 원은 그냥 사라지지 않나.
마을 사람들끼리 바비큐파티하고 거하게 놀아도 한 집에 2~3만 원 정도 부담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60년대 미국식 중산층 코스프레도 하루 이틀이지 나오는 뱃살과 더부룩한 속을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삼겹살 굽다 흘러내린 기름 치우는 것이 귀찮아서라도 점점 바비큐 파티는 줄어든다. 입주하고 1년이 더 지난 요즘에는 가든파티에 대한 로망의 실현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즐거움을 찾고 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무사히 추운 겨울을 잘도 보냈다는 의미에서 한 번 구워먹겠지만, 자주는 아닐 것 같다.
한동안 바비큐 파티하다가 귀찮아서 치맥 시켜먹기 하다가 뱃살+애들 건강에도 치명적인 것 같아 ‘한 집에서 반찬 하나씩 만들어 모이기’가 대세.
3. 돈 안 들이고 아이들끼리 논다 : 도시에 살 때엔 아이가 노는 데에 돈이 들었다. 키즈 카페, 실내 놀이터, 모래 놀이터 등등. 여기서는 봄, 가을에는 마당에서 흙놀이하고 집 앞에 산에 올라가면서 풀잎이랑 열매도 따먹고 여름에는 마당에 물 받아서 물놀이하고 겨울에는 눈썰매타고 눈사람 만들고 논다. 동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우리가 어렸을 적에 하던 골목놀이같이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놀이는 못하는 단계이지만, 각자 따로 놀면서도 모여 있으면 잘 논다.
4. 노작활동 : 마당 한 켠을 이용해서 텃밭을 가꾸거나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서 간단한 목공일을 한다. 아파트 살 때에는 엄두도 못 내는 일들이었다. 한 시즌 동안 목공일을 하며 나에게 목수기질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밤 늦게까지 악기를 연주한다. 아내가 우쿨렐레를 시작했다. 나는 까혼을.
5. 아파트 문화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 우리가 이사를 올 무렵 우리가 살던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5천만 원 올랐다. 스트레스 지수 1위가 배우자의 죽음, 2위가 이혼, 3위가 이사라고 하던 어느 기사가 생각난다. 이사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전세 갱신기한만 다가오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 것인지 전세값을 올려달라고 할 것인지 걱정하고 언제 빠질지 모를 아파트 가격 거품과 깡통집이 되면 어쩌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관망하게 된 점은 기쁘고도 슬픈 일이다. 가라앉는 배에서 간신히 구명보트를 타고 벗어난 느낌이랄까? 하지만, 우리집 지분의 상당 부분이 은행꺼라는 것은 여전히 후달리는 부분.
6. 조용하다 : 밤에도 불빛이 번쩍번쩍하는 도시와 달리 여기는 조용하다. 밤에는 깜깜하다. 특별히 구름 낀 날이 아니면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공기가 맑아서가 아니라 주변이 어두워서 그런 거다.
단, 매일 밤마다 폭죽 터뜨리는 에버X드는 정말 시끄럽다. 나는 1년에 한 번도 안 가는데 거 매일 밤 시끄럽게 한다. 주민으로서 묵묵하게 참아주고 있으면 예의상 무료 초대권이라도 보내야 할 텐데 정말 이쪽 계열 애들은 염치라고는 없나 보다. 에버XX 너네 총수 빵에 가면 내가 연간회원권도 끊어줄 마음이 있다. 사식도 넣어주겠다. 그 전에는 내 주머니에서 돈 털어갈 생각 마라. 어림없다.
단점
1. 불편한 이동수단 : 예전 동네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생협매장이 있어서 자주 이용했었는데, 여기에서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일주일에 2번 배달이 온다. 아무래도 물건은 직접 보고 사는 것이 좋은데, 그런 점이 아쉽다.
2. 도보 가능 학교 없어 :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동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학원을 다닌다. 무슨 소리냐 하면 학원을 다녀야 학원차가 학교까지 아침, 저녁으로 태워다 주기 때문이다. 의무교육 속에 통학도 하루빨리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3. 대형마트 접근성 : 대형마트는 이용하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사람들은 원래 차타고 장보러 가지 않나? 이동거리는 좀 더 멀어지겠다. 어지간한 시골에서도 대형마트의 사정거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용객들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소상공인들과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4. 백화점 접근성 : 백화점의 이용은 상당히 어려워졌다. 원래도 백화점에 잘 안 가기는 하지만, 근처에 살 때에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갔었는데,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하는 정도. 우리부부에게는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이지만, 단점으로 볼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패션잡지인데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다.
5. 문화생활은 확실히 도심에서 살 때보다는 접근성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데다가 맞벌이고 육아독립군이라 원래 영화나 공연은 남의 이야기이기는 했었다.
글쓴이의 집은 아님
+시골에 집을 짓고 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주관적으로 생각하시는 조건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ex)프리랜서여야 한다든가, 브랜드 세일 정도는 쿨하게 넘어갈 수 있다든가, 도시에 비해 다소 루즈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든가 등)
1. 쇼핑을 하면서 자신이 충전되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은 방전될 수 있다.
2. 세련된 패션 트랜드를 추구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시골 사람이 되어가는 것에 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작렬하는 태양을 직면하고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은 아무리 좋은 썬크림과 오리마스크로 무장해도 여러분에게 기미와 주근깨, 그리고 어두컴컴한 피부톤을 선사할 것이다. 강신주 선생께서는 ‘태양과 싸운 증거’라는 멋드러진 표현을 쓰시는데, 그거 참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단, 울 엄니의 잔소리를 부른다.
“요즘은 남자도 외모를 꾸며야 한다더라. 썬크림 바르고 일 년에 함씩 점도 빼고 어쩌고 저쩌고…….”
“네 알겠습니다.^^ (영혼없는 대답)”
3. 역동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시골 생활이 즐겁기는 힘들다. 여긴 참 정적이다.
4. 자녀에게 도심 수준의 치열한 사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도심에서 사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안 그러면 매일 학원까지 애들 퍼날라야 된다.
3.집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가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1. 친환경성 : 자금의 제약은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쳔연소재를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2. 우리 부부의 생활 습관에 맞을 것 : 지어진 집에 들어가서 살면서 아쉬웠던 점을 적어서 그 점을 우리에게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 부엌에 주렁주렁 조리도구 걸이를 만들었다. 손님초대를 좋아해서 접이식 식탁 놓을 공간을 두기 위해 ㄷ자형 주방을 포기하고 ㄴ자형 주방을 선택했다. 빨래를 널기 위해 멀리까지 가는 것이 번거로워서 빨래 건조가능한 곳 앞에 세탁기를 설치했다. 옷 정리에 소질이 없어 드레스룸을 길쭉하게 만들었다. 잠자기 전에 발을 꼭 씻고 자기 위해 낮은 높이의 수전을 설치했다.
+집이 완성되고 살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1. 2층에 변기가 없다.
2. 겨울에 생각보다 춥다. 1층 콘크리트 구조 때문.
3. 시공회사가 잠적해서 AS를 받을 수 없다.
4.집 짓는 과정 D-day!(집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집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 대략적이나마 머리로 상상해 볼 수 있게 세세히&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예산 분배, 팁 등 구체적으로 부탁드립니다.)
입주 1.5년 전 ~ 1년 전
-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서로가 전원주택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발견.
- 전원주택에 대한 지식을 검색하기 시작함.
- 여동생을 통해 전원주택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됨.
- 인터넷 카페 활동을 시작함.
- 예산 뽑기 : 전세금 + 통장잔고 + 최대대출 1억 이하로 결정.
- 여기저기 땅을 보러 다님. 사업 설명회도 찾아다님. 세 번째 설명회에서 지역을 정하고 집터를 고름.
입주 1년 전 - 토지 구입 계약/설계 계약
- 100일 전 : 기초 터파기 시작
- 90일 전 : 버림(기초 공사. 시멘트로 바닥을 발라놓고 먹줄로 설계도를 실제 크기로 그리는 작업)
- 70일 전 : 장마
- 60일 전 : 골조 공사(나무뼈대)
- 50일 전 : 배선/배관 공사(뼈대에 전선/파이프 설치)
- 40일 전 : 단열공사(뼈대 사이에 단열재를 채워 넣음)
- 35일 전 : 외장공사(방수포 등을 바르고 외장재와 지붕을 덮음)
- 30일 전 : 난방공사(바닥에 보일러 선을 깔고 모르타르로 바닥을 바름)
- 25일 전 : 문짝/창문 설치/설비공사(화장실 바닥 방수하고)
- 20일 전 : 도배/내장공사(벽지 바르고 몰딩하고)/타일시공
- 15일 전 : 전기공사(인터넷/전기선 연결, 전등 설치)
- 10일 전 : 외부 데크 공사(외부 계단/데크 설치)
- 5일 전 : 도장공사(나무에 스테인 바름)
- 4일 전 : 주방가구 공사
- 3일 전 : 붙박이 가구 공사
- 2일 전 : 가스/수도/전기/하수도/정화조 연결
- 1일 전 : 입주청소
- D-DAY : 이사
5. 총 예산, 집터 구입비, 건축사무소 맡긴 금액, 기타 금액 등 예상했던 비용과 실질적으로 사용한 비용, 예상보다 많이 들었던 과정 등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총 예산 : 3억 3천만 원 정도
- 토목 관련 비용(순수한 땅 값, 전기/가스/상하수도 등 연결 비용, 도로 연결 비용, 땅 고르고 파는 비용 등) =12,000만 원
- 설계/감리 비용 = 1,200만 원
- 건축 관련 비용(집 뼈대 만들고, 보일러도 넣고, 단열재 넣고, 전기선도 깔고, 전구랑 콘센트 달고, 인터넷 깔고, 수도관도 달고, 하수관도 달고, 가구도 넣고, 도배도 하는 데에 쓰는 돈) = 16,000만 원
- 조경 관련 비용 = 200만 원(잔디깔고 나머지는 입주 후에 셀프로 함)
- 각종 세금과 허가비(법무사한테 맡기거나 또는 알면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나 각종 허가에 필요한 기초 상식 등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 400만 원(셀프로 하면 40만 원 절약)
- 이사 비용(이사하는 데 드는 비용, 입주 전 청소비, 혹시 입주 타이밍이 안 맞으면 이삿짐 보관료) = 150만 원 정도
- 예비비(예상 못했던 지출 등)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간식비 = 100만 원
단열 보강비 = 750만 원
어닝설치 = 100만 원
목공 공구 구입 = 30만 원
6. 마지막으로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는 딴지스들에게 조언 또는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다시 집을 짓는다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다’
건설회사 선정과 설계시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건축 도중에 변경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은 돈 앞에 사람 없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집을 짓는 것이 일생에서 최고 거대한 소비라고 한다면, 되도록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건축 현장을 두어서 자주 들여다볼 수 있어야겠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녹취할 것이며, 모든 약속은 문서화시켜 놓을 것이다.
연재를 마무리 하며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려고 한다. ‘어디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집을 짓고 살면 집을 안 짓고 살때에 발생하던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만 안 하고 있다면 함 지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물론, 재수가 더럽게 없다면 필자처럼 시공사를 잘못 만날 수 있고, 설계/감리 회사는 감리못했다고 블로그에 글 올렸더니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서 다음 달에 공판이 열린 할 수도 있고, 시행사랑 시공사랑 티격태격하다가 현장에 뜬금없는 유치권 행사딱지가 붙기도 하고, 공사대금 못 받은 하청업자들이 현장에 드러눕기도 한다. 그래서 완공이 되면 초기에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투입비용도 늘어나 빚도 많이 지게 되고 머리도 많이 빠지고 얼굴도 많이 늙고, 고발한 놈 생각하면 귀에서 삐 소리도 나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내 경우가 더럽게 재수가 없어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안 그럴 경우가 훨씬 많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웃들만 나랑 맞는다면 나머지는 다 양호한 거다. 필자처럼 더러운 과정으로 집을 지었고, 지금도 집이 그저 그런 데다가 검찰이랑 법정에서 만날 약속까지 정해놓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웃들과의 시간은 정말 즐거운 것으로 보아, 필자와 같이 더러운 과정을 겪지 않고 집을 지어서 양호한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면 썩 괜찮을 것 같지 않나?
결국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