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하엘 엔데
(1929~1995)
유명한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좋은 책은 어려서 읽어도, 커서 읽어도 좋은 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하엘 엔데는 이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8세부터 80세까지” 어떤 연령층의 사람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써 낸,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많은 경우 미하엘 엔데를 단순한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그의 작품은 나이를 들어 읽을수록 더 큰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해 동화형식을 빌어 소설을 썼다고 할 정도.
4편의 장편과 수많은 중단편을 써 냈고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장편들은 모두 국제적인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되었다. 대표작이 <MoMo>와 <Never Ending Story>, 특히 Never Ending Story는 영화 Ost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와의 강한 상호교감을 이루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모든 소설의 배경을 가만히 보면 현실을 정말 동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많고 액자소설 형식을 과감히 취한다. 다시 말해 현실과 환상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그 환상을 통해 현실을 다시 인식하게 한다. 그야말로 고수 중의 고수. 그리고 이야기를 정말 아름답고 묘사한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되며 미래를 꿈꾸고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루면서 깊이와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 대단한 작가.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을 어린왕자 풍으로 해리포터처럼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미하엘 엔데의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휴머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사랑, 정의, 희망, 우정 등 인간다움이 강하게 드러나고 또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60년에 쓰여진 첫 장편인 <짐크노프>에서는 주인공인 짐크노프와 친구들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란 어떤 것인지, 겉보기가 아닌 내면의 중요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신뢰를 통해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주인공의 사랑,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아릅다운 묘사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사항은 주인공이 무려 흑인이란 것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현실사회의 인종, 계급, 계층을 대표한다는 것. 파시즘으로 대변되는 차별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작품이다. 그런데 동화형식이라는... 참고로 동서문화사에서 번역한 책은 절대 보지 않길 바란다. 발번역의 극치이다.
이후 쓰여진 <모모>는 미하엘 엔데를 국제적 작가 반열로 만들어 준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회색빛 신사”들에 의해 내몰리는 모모의 친구들의 모습에서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상실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모모의 모험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히 모모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경청과 신뢰, 그리고 상상력으로 가득찬 꼬마 여자아이라는 사실. 참고로 옛날에 “차경아”라는 한국어 번역가가 독일 유학 중 모 출판사에 모모를 소개하고 출간하였는데 국내에서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 사실이 알려져 독일 내에서 다시 엔데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엔데와 차경아 사이에 친분이 형성되고 나중에 작품에 대해 서로 조언할 정도까지... 또한 2000년대 들어 “내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에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끝없는 이야기>는 엔데의 마지막 장편이자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액자소설 형식을 취해 주인공 발자타르 북스의 이야기가 그 가 소설 속에서 읽고 있는 동명의 <끝없는 이야기>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얽히며 결국 그가 소설속에 직접 들어가게 되는 굉장한 형식의 작품이다.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우리가 진짜 추구해야 하는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을 “ENDE" 로 장식하는 센스까지.
그의 단편도 정말 대단한 것들이 많다. 특히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처럼 삽화와 함께 나온 작품은 정말 강추!! 마지막으로 가슴저린 따스함과 끝없는 상상력 그리고 읽고 난 후의 감동과 성찰 등, 이번에 그의 작품을 통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는 것은 어떨까. 5월에는 미하엘 엔데와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