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제레드 다이아몬드
바로 그 유명한 <총, 균, 쇠 - Guns, Germs, and Steel >의 저자. 책을 본 후 도대체 이사람 전공이 뭐야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아마추어(?) 문화인류학자이자 조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이자 프로(!) 생리학자. 단순히 문화인류학자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본업은 생리학자였다.
원래 의학을 공부했으나 새 관찰을 좋아해서 중간에 전공을 생태학으로 바꾸었고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의 새 관찰, 언어학, 진화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 본업인 의학 대신 뉴기니에서 조류학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화인류학과 역사학까지 섭렵. 여기에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까지 구사하는 진정한 먼치킨 중 한명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공인 “세계의 지성” Top 10중 한명.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여 통합적인 시각에서 온갖 과학잡지에 기고를 했다. 디스커버리나 네이처 같은, 그리고 인기 멀티 사이언티스트에 오른 이후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영국과학 출판상, LA타임즈 출판상을 받고, 문화인류학의 걸작이라 불리우는 <총, 균, 쇠>를 통해 결국 출판계의 노벨상이라 평가받는 퓰리처 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 결과 누구도 이 사람을 생리학자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다루는데 능숙하며 특히 거시적인 문명활동, 역사의 움직임 등을 다양한 학문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귀재이다. 특히 어렵다고 인식되는 사회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정말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쉽게 설명하는 그야말로 거장 중의 한명. 문자 그대로 “통섭”의 대가이다.
진화생물학, 생태학을 날줄과 씨줄로 엮고 거기에 지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끼워 넣어 왜 어떤 문명은 크게 성장, 발전했고 어떤 문명은 그렇지 못했는가를 쉽게 얘기한 <총, 균, 쇠>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인류 문명에 대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걸작. 참고로 이 책은 어떤 뉴기니 원주민이 “왜 당신네 백인들은 화물을 뉴기니까지 옮겨주는데 우리 흑인들은 그렇게 못합니까” 에 대한 대답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주요 내용은 어떤 문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식물, 지리환경, 세균에 대한 저항, 식량, 문자, 정치제도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대륙간 동서 이동이 남북이동보다 훨씬 용이하기 때문에 문명 전파가 아시아 대륙이 빨랐다던가, 아메리카 대륙의 식용가축 활용은 라마 한종에 그쳐 생산성 발달과 가축을 통한 면역체계 강화가 어려웠다던가 등등. 다만 환경결정론에 너무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덧붙여 게임 “문명”에서도 이런 내용을 어느 정도 반영시켜 놓았다. 지리환경과 기술특성, 주변 문명의 유무에 따라 문명개발 속도가 달라진다.
최초의 저서인 <제3의 침팬지>도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를 얘기한다. DNA의 차이, 생태학적 습성 등 동물과 구분되는 특이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논하고, 또 동물들에게 없는 독특한 양식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직립보행과 성적매력이 느껴지는 신체부위의 변화를 연계시켜 설명하고, 농업의 시작이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한마디로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전달시켜 준다. 그야말로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는 저서
<문명의 붕괴>는 <총, 균, 쇠>의 연장선에서 역사적 지식까지 동원된 역작이다. 이 책은 성장한 문명 중 어떤 것은 쇠퇴하고 어떤 것은 지속되느냐에 대한 해답을 준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문명이 “지속가능”하도록 각종 환경, 정치, 문화, 기술적 요인을 잘 관리하였느냐가 포인트. 예를 들어 왜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식민지가 실패했는지를 토지와 삼림의 재생산 관점에서 얘기하고, 이스터 섬의 흥망을 문화적 특징과 그에 영향을 받는 환경적 파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의 일독을 권한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거인의 어깨에 앉아 문명과 역사와 인류를 조망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