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想

[작가] 로저 젤라즈니

simonmeo 2011. 3. 16. 21:36

로저 젤라즈니(Roger J.C. Zelazny)

 1937~1995, 미국의 SF작가

 네뷸러상 3회, 휴고상 6회 수상

 주요작품으로 <신들의 사회>, <엠버연대기>, <집행인의 귀향> 등이 있음



  “현재에 없을지라도 인간의 인식이 닿을 수 있는 과학적 소재가 들어간 문학작품”을 Science Fiction, 줄여서 SF라고 한다. 

 

 로저 젤라즈니는 SF의 거장 중 한명으로 4대 SF작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서 클라크(Arthur Clarke:정지궤도 위성의 개념 정립, 영국 레이더 시스템 책임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로봇3원칙 제창, 바이센터니얼맨 등), 로버트 A.하인리히(Robert A. Heinlein, 최초의 SF 그랜드마스터, 스타쉽트루퍼스, 낯선 땅 이방인 등)를 1세대의 3대 SF작가로 말하며, 


로저 젤라즈니는 1960년대 이후 2세대 SF 시대를 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2세대 작가 중 어슐러 르 귄을 꼽을 수도 있지만 이분은 톨킨과 더불어 3대 판타지 작가중 한명으로 꼽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참고로 성이 Z로 시작하기 때문에 책방에서 책 찾을 때 편리, 단 외국에서..



  본인이 영문학 학사, 연극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기존의 SF에 각종 신화와 종교를 융합시킨 뉴웨이브 계열을 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F의 배경이 신화가 되고 미래기술을 배경으로 하는 환타지가 나오는 등 상상의 소재를 과학적 사유로 풀어내고 여러 장르를 하나로 융합하는데 귀재이다. 

 힌두신화를 배경으로 한 <신들의 사회>나 낮과 밤의 탄생을 다룬 <그림자 잭>을 보면 그 상상력의 무한함에 감탄하게 된다. 신, 악마, 구세주, 종말론, ESP, 인류학, 전생, 우주, 로봇, 양자역학 등 대단히 다양한 테마를 다루는 작가. 

 한편 문학계의 권위있는 상인 네뷸러상을 3회, 휴고상을 6회나 수상한 엄청난 내공을 지니신 분, 다시 말하면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10여회 수상한 것과 비슷한 정도, 비유하자면 영화계의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정도 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표현이 정말 대단하다. 한마디로 말해 “넘쳐흐르는 간지”. 신화를 바탕으로 현학과 아이러니를 오가며 정말 아름다고 시적인 문장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소설의 첫 5페이지만 보면 특유의 세계관에 흠뻑 빠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고독한 시월의 밤>과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그야말로 초반부터 분위기가 압권이다. 하지만 국내번역판은 발번역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특히 엠버연대기...


 또한 거의 항상 “정말 쩌는” 지적이고 남성적이며 불사에 가까운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 남성성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일부 페미계에선 마초적이라고 비판받긴 하지만 대부분은 젤라즈니의 독특한 세계관과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그리고 본인의 이상이 투영된 작품의 한 요소로 생각한다. 



 그 주제의식은 다름 아닌 존재론적 고독과 그의 해결(또는 구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초인적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우주적 외로움과 무력감에 휩싸여 있으나 일련의 에피소드를 겪으며 결국 좋은 방향이던 아니던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프로스트와 베타>에서 결국 프로스트는 또 다른 인간인 베타를 만들어 내서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알리며, 

 <내이름은 콘래드>에서 콘래드도 다시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고 새로운 지구를 가꾸어 나가게 된다. 

 <그림자 잭>에서 잭은 결국 그의 왕좌를 다시 찾고 빼앗겼던 연인을 되찾지만 그 세계는 결국 붕괴하고 지구가 자전하기 시작한다. 

 <신들의 사회>에서 샘은  스스로 불교를 만들어 그의 옛 동료였던 힌두신들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낸다. 궁극적으로는 항상 존재 가치의 재발견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엄청난 상상과 신화와 과학을 배경으로 풀어낸다. 가슴 아린 괴로움과 고독을 함께 느끼며 결국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동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느낌과 상당히 비슷하다. 뭔가 나의 상황을 대신 말해주는 느낌, 명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읽고 난 후의 카타르시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와 닿는 감동은 다른 SF작가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그만의 독특함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