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
1932~,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미학자, 언하학자, 철학자, 소설가 (현 볼로냐대 기호학 교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기호학 이론>, <미의 역사> 등
한번 본 모든 책을 그대로 암기해 버린다는 미친 기억력의 소유자(포토그래픽 메모리....), 교부철학부터 현대 대중문화와 가상현실까지, 미학, 기호학, 에세이, 소설 등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며 경이로운 활동을 펼치는 진정한 “르네상스적” 지식인.
참고로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집안 가득 찬 책을 보고 “아니 이걸 다 읽으셨단 말입니까?” 하고 묻자 “다 읽은 책을 왜 집에 둔단 말이오? 이건 곧 읽을 책들이오”라고 대답했다는 훈훈한 일화가 있다.(in 미네르바의 성냥갑)
그가 최초로 쓴 “본격 중세 추리소설”이자 전세계 지식인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장미의 이름>은 초반 150페이지의 난이도로 유명하다. 거기에 대한 에코의 대답은 “아무나 내 책을 읽는게 싫어서 일부러 처음을 어렵게 썼다” (...)
일반 대중들은 그의 소설인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등이 익숙하겠지만, 인문학 쪽에서는 그야말로 본좌 중 본좌. <기호학 이론>, <미의 역사>, <추의 역사>, <해석의 항해> 등 관련 분야 필독서의 저자이며 대학원생들이 한번쯤은 읽는다는 <논문 잘쓰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또한 에세이집을 가장한 “본격 하이 블랙 개그집”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을 내 놓기도... 참고로 이 책 안에는 포르노와 예술영화를 구별하는 방법, 포스트 모더니틱한 미술품 감상법, 뭔지 잘 모르는 책에 대한 서평 쓰는 방법 등이 나와있다. 그야말로 블랙개그 모음집.
그렇다고 그가 쓴 소설들이 만만하단 얘기는 아니다. 에코 소설은 그야말로 “주석이 너무 많아 주석을 따로 모아 책을 한권 낼 정도” 이며(실제로 <장미의 이름 작가노트>란 책을 내기도 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면 “소설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무슨 백과사전이나 역사서를 한권쯤 더 본 기분”이 난다. 그 정도로 세밀한 묘사와 치밀한 설정을 바탕으로 있음직한 일을 정말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다. 소설을 보며 재미와 더불어 “뭔가 많이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정말 강추. 지적유희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글을 쓴다.
그렇다면 소설을 통해 그는 주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일까? 모든 소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신화의 해체”와 “휴머니즘”이다. (대표적 기호학자가 기호의 총합인 신화의 해체를 역설하는 것도 아이러니).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사(숀 코낼리 주연의 영화가 있다.)가 묵시록적 상징으로 가득찬 미스테리한 죽음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파헤쳐서 결국 비밀을 밝혀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 을 찾아낸다던가,
<푸코의 진자>에서 까소봉과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성당기사단 관련 이야기가 어떻게 실제의 프리메이슨을 불러내고 그 진실이 무었이었는지,
<바우톨리노>에서는 중세를 뒤흔들고 마르코폴로 동방원정의 직접적 계기였던 “동방의 기독교 국가와 요한왕” 이야기가 어떻게 조작되어서 역사적 사건들을 만들어 나가는가를 엄청난 역사적 배경과 관련 지식을 함께 전달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신성시 하는 모든 상징, 신화를 우회적으로 까발리고 그것의 허구성을 알게 모르게 전달하는 것이다.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런 신화나 상징에 매몰되어 맹목적으로 이들을 추종하면 안되며, 이성의 힘에 의한 휴머니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핵심 사상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상징과 신화의 힘을 빌렸던 정치와 종교, 사상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대표적인 비판 대상은 바로 파시즘.
이는 자전적 소설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 다시 한번 나타난다. 모든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스스로의 기억을 하나씩 반추하며 되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그것도 기호와 상징에 의한 회복이다.) 지식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사랑이란 무엇이며, 파시즘이 우리에 끼친 해악은 어떤 것인지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낸다. (주석이 거의 없는 유일한 에코의 소설이다)
이번 기회에 심술궂지만 흥미로운, 쉽진 않지만 빠져나오기 힘든 그의 세계에 한번쯤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장미의 이름> 초반 150페이지를 넘긴다면, 거기에는 새로운 신천지가 펼쳐질 것이다.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남다른 인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최신작인 <궁극의 리스트>도 정말 추천이다.)
'感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 들뢰즈 (0) | 2011.03.16 |
---|---|
[작가] 로저 젤라즈니 (0) | 2011.03.16 |
[Music] Babybird_If you'll be mine (0) | 2009.04.23 |
주말의 영화 2편 - Man from earth, The faculty (0) | 2009.03.30 |
Andrew Johnston - 감동이네 (0) | 2009.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