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나서 준비
가방 챙기고 해서 출발
그러나 대전IC전에 저녁거리를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 ㅠ
편의점에서 대강 인스턴트 육개장 하나 사서 이동
내려갈수록 비는 쏟아져오고
돌아갈까 하다가,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오후에는 그친다는 것만 믿고
그대로 강행
시작은 참 괜찮았다.
눈이 자박이 쌓여서 겨울산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가슴을 씻어내리는 맑은 공기와 상쾌한 기운
그리고 환한 눈빛이 어우러져
조금은 쓸쓸하지만 약간 따스하고
차갑지만 포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눈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세석으로 가는 여정에 어우러진 푸른 대나무와 하얀 눈꽃
그리고 홀로 길을 찾아 떠나는 나
iPad에서 나오는 음악들
끊엄없는 상념과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한적한 산길을
온전히 맞이하며 조금씩 올라갔다.










눈길은 점점 깊어지고
하늘에서 나려오던 작은 눈송이도 점점 많아졌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눈이 달라붙어서 걷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림같은 풍광을 마주하며 (이때까지는) 즐겁게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다.
또 칙촉의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세석을 약 2km정도 남기고는 경사가 매우 심해졌다.
쌓인 눈도 많아져 발을 때기가 힘들었고
아이젠을 신었어도 계속 미끄러졌다.
힘겹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올라가는 길의 연속
삶이란게 쉽지 않구나, 성취는 고통없이 이루어지지 않는구나
계속 쉬지않고 가야하겠구나를 되내이며
근육을 쥐어짜내며 힘을 내었다.
겨울산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단지 눈이 좀 와있을 뿐인데
들이는 힘은 1.2배~1.5배 정도 더 드는 것 처럼 여겨졌다.


고생을 하며 올라온 세석대피소
4시간 하고 조금 더 걸렸다. 올라왔을때의 기쁨이란..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점심을 먹으려 준비하는 와중에 보니 사과군이 보이지를 않는다
분명 올라오며 나뒹구는 와중에 흘렸음이라..
잠시 고민을 했지만
핸드폰을 찾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장터목으로 가서 천왕봉 일출을 본다는 계획은 접어야만 했다.
내려오는 길은 좀더 어려웠다.
아이젠을 했지만 급한 경사에 계속 미끄러졌다.
그리고 부러진 스틱 ㅋㅋ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았지만 아이폰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내려오다가 급한 경사가 끝나는 지점까지 와서는 포기하게 되었다.
아마 눈에 덮여서 아무도 발견을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낡은 고어텍스 자켓으로 인해 온몸은 이미 흠뻑 젖어있는 상황
올라가기에는 모자란 체력과 시간, 꺽여진 사기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하산을 하는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체온이 떨어지면 너무 위험할 듯 하였다.
그렇게 또 내려오다가 엎어져서 부러진 스틱 부분을 잃어버리기 까지..
산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다름아닌
"소지품을 소중히 여겨라" 가 아니었나 싶어서 헛웃음이 키득키득 나왔다.
경망되이 행하지 말고 산앞에서 겸손해야 했었는데,
작디 작은 자신의 모습을 잊지말고 자연 앞에서 겸허히 움직여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자책에 가슴을 칠수 밖에 없었다.
삶은 여정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은 그 여정의 축소판이다.
산입구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정상을 노릴 수도 있으며, 능선을 따라 종주를 할 수 도 있다.
산행을 하는 멋진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며, 대피소에서 낯선 이와 한잔 술을 할 수도 있다.
새벽녘에 일출을 볼 수도,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붉게 검붉게 어둡게 되어가며 무수히 반짝이는 우주와 대면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산입구에 섰을 때는 개인의 성취를 가슴속에 안게 된다.
크던 작던 산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몸으로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생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러면서도 위대한 일이라는 느낌
이번의 우왕좌왕 좌충우돌 산행에서 얻은 것이라면 이런 생각들이 아닐까
물론 올라가는 길에 본 그 아름다움과 함께 말이다.
내려오면서 몇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힘들게 내려와서 다시 대전 집으로 향했다.
오는 내도록 어두움과 비로 인해 어려웠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짐 정리를 끝내고 씻고 나니 참으로 긴 하루였구나 싶었다.
다행히 사과군은 주운 분과 연락이 닿아서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사람의 착한 본성과 마주하여서 기뻤다.
스틱은 수리를 맡기고
고어텍스 자켓은 새로 하나 장만했다.
칼라파타르를 갈때는 좀더 겸손한 작은 마음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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