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다.
왼쪽 폐에 염증인지 결핵인지 뭔지 모르는 정체 불명의 무언가가 떡 하니 자리잡고 호흡을 괴롭히고 있다.
아버지는 점점 격해지는 호흡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계신다
뒤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천식 증상때문에 잠도 못주무시고 많이 힘들어 하신다
쌕 쌕 올라가는 가슴과 간헐적인 콜록임 때문에 눈을 감고도 쉬지를 못하신다
가만히 손을 잡았다
나이든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손에는 주름이 잔뜩
그러면서도 오래된 매끈함이 역설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손은 생각보다 따듯했다
헤어질때 안아드렸다
어릴적 내가 작을때는 그 단단하면서도 약간의 답답함 그리고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때문에 무던히 몸부리쳤을 그 가슴이
이제는 내 안에 쑥 들어와서 예전 그 느낌 그대로 다시 들어왔다. 예전과는 다르게 눈물이 맺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도 내가 아버지께 뭔가를 해드린게 없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후회되는 기억만이 가득하다
왜 어릴때는 아버지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귀에 거슬리게 들렸는지
왜 집에서 계속 말대꾸하고 반항했는지
많은 조언을 해 주셨는데 왜 난 그걸 귓등으로 흘러들었는지
왜 나한테 해주시는걸 당연히 생각했는지
왜 이런 사실을 아버지가 이제 70을 바라보는 지금 이시점에야 사무치게 느끼게 되었는지
도대체 과거의 나는 무엇을 했는지
자식이 먼저 죽으면 그 그리움에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후회가 뼈에 새겨질 듯 하다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듯 느껴진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것 하나하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다
내가 지금 이렇게 온전히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보살핌 때문인데
정말 난 아무것도 몰랐구나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아무것도 몰랐구나
그리고 후회만 남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