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용

感想 2011. 8. 29. 23:18

김 용(金庸) - 신필(神筆)이라 불린 작가



 서양에 톨킨과 루이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김용이 있다. 신필이라 불리는 사람. 재미만 따진다면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손꼽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대작가이며, 굳이 비교하자면 19세기의 알렉산드르 뒤마와 자웅을 겨룰 정도의 재미있는 작품을 써낸 분. 중국에는 용학(庸學) 또는 김학(金學)이라는 학문까지 있을 정도이다. 


 본명은 사량용(査良鏞)으로 김용은 필명이다(鏞을 둘로 나누어 金과 庸으로 만들었다.) 1950년대 초반에 홍콩에서 그가 편집장으로 몸담고 있던 신문 매출이 부진하고 광고란이 비게 되자, 빈 지면을 채우고 판매량 증진을 위해 무협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연재작은 다름 아닌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 1955). 이것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게 되어 그때부터 편집장과 주필을 병행하며 약 20년간 주옥같은 작품을 쓰고 연재하게 된다. 당시 사람들이 어떤 기대로 신문을 읽었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사실 그는 유명한 명문인 해녕사가(海寧査家) 출신이다. 해녕사가는 명∙청대에 유명한 시인과 학자를 배출한 집안으로 한 문중에 “진사가 일곱, 숙질 가운데 한림원 관리가 다섯”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에 급제 한 인재가 많았던 집안이었다. 타고난 필력에 집안의 교육까지 합쳐진 것. 참고로 중국에서의 판매량만 본다면 No.1이다. 모택동 평전, 성경, 삼국지 등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영웅문”으로 알려진 사조삼부작(사조영웅전, 신조협려전, 의천도룡기)과 동방불패로 유명한 소오강호가 특히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이 책을 한번 손에 들었다가 밤을 새가면서 보았고, 그 때부터 무협소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인생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국내에서도 1985년도에 출판된 정식 라이센스판이 150만부 이상 팔렸다. 해적판의 판매량까지 포함한 지금까지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집계 불가. 


 그의 작품들은 수없이 많이 영화화 되었고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 특히 의천도룡기는 매년, 신조협려전은 2년마다, 사조영웅전은 3년마다 한번 씩 만들어 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누가 주인공 역을 맡느냐가 항상 화재가 된다. (참고로 의천도룡기는 1986년, 사조영웅전은 1983년과 1994년 드라마가 팬들에게 본좌 취급을 받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1972년 녹정기를 마지막으로 절필을 했지만 약 10년 주기로 주요 작품의 결말이나 전개를 고치기로 악명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내 번역본 중 김영사판과 고려원판의 결말이 다르다!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조민과 더불어 주지약 까지 데리고 서역으로 넘어간다는 결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의 작품이 그토록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작품들을 철저한 고증과 역사적 사건들을 토대로, 어문학․철학․사학의 향기에 압도적인 스케일의 배경과 갈등요소를 설정한 후, 진정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갈등요소를 곳곳에 배치하고 여기에 무(武)와 협(俠), 그리고 사랑(愛)을 아름답게 녹아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에 힘입은 바도 크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이다. 그릇이 되는 자만이 힘을 가질 수 있고, 그 힘은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김용 작품의 주인공들은 수많은 역경을 끝으로 武의 힘을 가지게 되고, 그 힘에 맞는 책임감을 보여준다. 유교 사상과도 맞닿아 우리가 어떤 이유로 힘을 추구해야 하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있다.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지만 스스로 또 다른 독재자가 된 정치인들, 노동운동을 했지만 높은 자리에서 노조활동을 짓밟는 그런 사람들을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힘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힘에 휘둘리지 않은 강한 정신과 그 힘이 부여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와 태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큰 힘을 위해 더 큰 사람이 되려는 주인공들의 호쾌한 영웅담과 그들의 아름다운 결말 때문에 계속 무협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Posted by simon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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