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ic Hobsbawm(1917~)
도대체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단순한 사건의 집합이 아닌 당대와 후대의 삶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인간사회의 흥망성쇠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역사적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했느냐에 따라 충신이 역적이 될 수도, 가해자가 피해자로도 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가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첫번째는 E.H.Carr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토인비가 얘기한 것처럼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라는 관점이다. (주의:이는 제 개인의 생각이며 학문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제 이 두 명의 역사관은 이 말처럼 단순히 끝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자는 역사를 “반복”이라고 바라보는 것이고, 후자는 역사를 “진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로마 시대 말기의 시대상과 현재 미국의 상황을 비교하여 이들 사이의 공통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반복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로마시대의 시민의 개념이 어떻게 지금의 현대적인 시민 개념으로 발전했느냐를 보는 것이 진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에릭 홉스봄은 (필자의 생각에) 이 두 가지 관점 중 비교적 후자의 시각을 가진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역사가 중 한명이다. 홉스봄은 그의 역작인 “장기 19세기”와 “단기 20세기”를 다룬 시대연대기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를 통해 현대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현재의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담담히 풀어주고 있다. (이 시대연대기는 역사전공 쪽에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책이다. 다만 이분의 사상이 왼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은 고려할 것)
그는 이집트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고, 이후 양차대전을 겪으며 고아가 되었다. 이후 친척들의 지원 하에 케임브리지대학과 런던대학을 나와 학문생활을 시작했고 아직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학 쪽에서 주는 상이란 상은 거의 다 받고 학문적 성취도 대단하며 대중과의 호흡도 왕성한 진정한 엄친아 중 한분. 지금은 런던대의 Birkbeck Colleage학장을 역임하고 계시다. 현재 나이 94세...
그렇다면 그는 현대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다고 바라보는가. 그 핵심은 바로 “이중혁명” 이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대혁명과 이후 19세기 전반기의 다른 혁명들을 통해 자유주의적 부르주아가 역사의 주도권을 장악하였고(혁명의 시대),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본주의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자본의 시대). 하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이런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계의 모순이 누적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대한 식민지 제국이 탄생하였으나(제국의 시대), 이런 이중혁명의 시대는 1차 세계대전으로 종식되고 이후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새로운 시대상이 펼쳐지게 되었다(극단의 시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대사회의 기본특성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시즘과 냉전 등 주로 19세기 이후에 형성된 것들이 우리 사회를 결정적으로 특징짓고 있으며 인류 역사는 다양한 체계의 발생과 몰락 그리고 변화와 발전을 통해 지금까지 흘러온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홉스봄은 역사적 원동력을 단순히 지배계층과 자본계급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지 않으며 “혁명의 시대의 시작, “자본의 시대”의 몰락과 “제국의 시대”의 등장, 그리고 “극단의 시대”를 통한 기존체계의 전복 등은 모두 아래로 부터의 원동력과 위로부터의 힘이 역학적으로 얽혀서 이루어냈다고 보고 있다.
폭넓은 시각과 광범위한 사료분석, 아래로부터 위로의 역사적 시각에서 전체사로서의 역사 구도를 일관되게 견지하여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과 문화비평을 모두 포괄하는 그의 시대 연대기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당신은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일반시민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바라보며, 역사란 인간이 엮어내는 감동적 드라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http://multitude.co.kr/108
http://ko.wikipedia.org/wiki/%EC%97%90%EB%A6%AD_%ED%99%89%EC%8A%A4%EB%B4%84
http://en.wikipedia.org/wiki/Eric_Hobsba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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