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12.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 한번보고 한번 더봄;
미루야마 겐지라는 이 사람을 알고 책을 읽게 된 것은
일전에 모 게시판에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의 목차를 보고 한참 웃은 후
평소에 모호하게 생각했던 어떤 개념을 명확하고 적나라하며 실랄하게 휘 갈겨 쓴 듯한 느낌에 깊은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성도서관에 이 사람 책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알라딘 중고에 알림 신청을 다 했었고 이렇게 책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의 소재인 귀농에 대해서도
환상 따위는 없으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성정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과는 상당히 맞지 않고
사람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책을 보고 난 후 느낌은 일본도 유사할 뿐만 아니라 좀더 나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국전쟁과 산업화로 인해 농촌 공동체가 거의 해체되다시피 했지만
일본은 과거부터 전국시대를 거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 그리고 공동체가 우리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내려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만, 여행다녀본 인상이나 그런 여타 등등을 고려하여..)
책 내용은 암튼 잘 썼다.
환상을 깨라고 얘기한다. 이리 돌리고 저리 감추어 모호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칼로 무를 베듯 그것은 아니라고 직구를 날린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등등
그리고 심각한 가운데 유머가 있다. 가능한한 큰개를 길러라, 침실을 요새화하라, 수제창을 준비하라 등등
(솔직히 블랙코미디인지 진지하게 조언하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은퇴 후 귀농에서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되묻는다.
정말로 당신이 원해서 가는 것이냐고 정말로 준비가 되어 있냐고 정말 홀로서기가 가능하냐고 말이다.
핵심은 마지막이다.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떤 삶을 영위하던 간에 홀로 자립할수 있간이 되었느냐이다.
가슴이 뜨끔하게 묻는다.
너의 인생에서 너는 지금까지 학벌, 그리고 직장을 통해 보호받고 있지 않았냐고 말이다.
어린아이의 정신으로 살지 않았냐고 말이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당신은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먹고 살 수 없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내몰려
독립된 인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갖가지 조건을 남김없이 잘라서 팔아 왔습니다. 긍지, 자존심, 자유, 존경 등과 같은 인간으로서
갖고 있어야 할 보물을 몽땅 다른 사람과 조직에 싼 값에 팔아온 것입니다.
그러다 어나날, 틀에 박힌 위로의 말과 며칠이면 말라 버릴 꽃다발과 오랜 세월에 걸쳐 무참히 짓밟혀 온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퇴직금을 받고, 내일부터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혹독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입니다.
당신이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당신은 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어린아이의 정신 그대로 살아왔습니다.
자신을 단련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느닷업싱 노후의 세계로 끌려 들어온 것입니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몰골사나운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이제 앞으로는 돈과 건강과 배우자의 애정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다는 고민도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강력한 조력자의 존재를 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사람에게 맡기고
떠넘기며 살아온 오랜 세월의 계산서를 깔끔히 정산만 하면 거기에서 본래의 진정한 당신이 분명 떠오를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 2막입니다. 동물의 한 종으로 태어나 꼭두각시로 살아왔습니다.
후반 인생에서라도 인간으로 살다 죽어 갈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것은 당신이 살아오면서 이룬 가장 큰 공적이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산 증거이자 가장 멋진 추억이 될 것입니다. 더할 나위 없는 희열을 맛 볼 것입니다.
(중략)
진정한 빛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느 시점에서 이 글을 읽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책을 관통하는 물음, 이 작가의 진정한 물음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자신을 둘러싼 외투를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세상과 정면으로 직시하며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이다.
(니체의 초인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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