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러브크래프트

感想 2011. 5. 11. 21:26


본명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줄여서 HP 러브크래프트. 이름만 보면 무슨 로맨스 하이틴 소설가인 것 같지만(우리나라에서 그의 애칭은 “사랑만들기 대선생”이다), 실은 그야말로 현대 호러문학과 서브컬쳐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작가이다. (생긴것을 보자. 생긴것을 보자.)


 러브크래프트는 ‘문학적’으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터무니없이 장대하고 음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매력으로 가득한 독특한 정서와 세계관을 통해 오늘날까지 많은 열성팬의 추앙을 받고 있는 “크툴루 신화”의 초석을 세운 장본인이다. 영미권에서의 호러나 공포 문학은 “에드거 엘런 포”에 의해 시작되었고, 러브크래프트에 의해 완성되었다고들 하며 오늘날의 작가들, 스티븐 킹이나, 딘 R구츠 같은 사람들도 이 작가의 영향 안에 있다. 사실 현대 호러 장르에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할 정도. 


 다만 그의 작품에서 인종주의적 경향은 배재할 수 없을듯 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우생학을 옳은 것으로 다루고 있으나, 나치를 반대하고 비난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제노포비아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요 작품들은 이미 영화화, 게임화 되었고, 그의 크툴루 세계관은 다른 소설에서 계속 사용되고 아직도 확장되고 있으며, 수많은 게임과 영화와 소설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쥬로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그의 이름을 딴 동명의 밴드까지 있다. (다만 대부분의 영화는 70, 80년대 스타일로 만들어져서 원작을 말아먹었다. 대표적인 것은 <리에너메이터>를 영화화 한 “좀비오”. 보기전에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길) 


 3살부터 시를 짓기 시작한 천재,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계관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여섯살 때 까지 여장을 하고 지냈으며 신경증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짧은 결혼생활도 파경으로 끝내고, 그 후 47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 까지 소설만 썼다. 엄청난 편식가에 술 담배를 전혀 못하고 해산물에 대해서는 광적인 공포를 보였다.(그의 작품에서 물고기와 문어 등은 그래서 엄청난 대접을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20세기 초반에 쓰여졌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당신이 본 어떤 공포영화나 호러소설보다 더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선사해 준다. 그야말로 코스믹 호러!! 말초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과 존재가 지니는 공포가 혼재되어 어마어마한 박력을 가지고 스토리를 몰아간다. 

 정말 신기한 것은 <우주에서 온 색채>나 <더니치 호러>에서 잘 나타나듯, 정말 두려운 대상,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는 절대로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굉장한 근원적 공포를 느끼게 하고, 최후의 마지막 반전을 통해 보는 이를 카타르시스로 몰아간다. 그야말로 엄청난 흡입력을 갖추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음산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른바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잘 활용하였다. 끝없는 우주에 있는 알지 못하는 여러 존재들(딥원, 그레이트 올드 원 등)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인류가 모르는 거대하고 우주적인 것들에 대한 “꿈도 희망도 없는” 근원적 공포를 미친듯이 묘사하였다. (이런 것들이 모여 후대에 크툴루 신화로 종합되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를 만든 작가!!) 그리고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마지막에 기대 이상의 결말과 충격적 반전까지, 호러가 어떤 것인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들은 다 왜 그모양인지..).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정말 재미있다. 다만 꼭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러브크래프트 전집” 버전으로 보길 바란다. 일전에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한 책들은... 발번역의 극치로 팬들이 번역가를 “그레이트 올드 원”에게 제물로 바치고 싶어할 정도였다. 


 새로운 세계관을 마주할 때의 우리는 큰 호기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약간은 음산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많이 어둡지만 기이할 정도로 매력적인 그의 작품과 그의 “크툴루” 세계관을 이번에 한번 맛보는 것은 어떨까. 또 누가 알겠는가 정말로 명왕성에 “미-고”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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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mon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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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하엘 엔데

感想 2011. 4. 13. 21:28

(1929~1995) 


 유명한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좋은 책은 어려서 읽어도, 커서 읽어도 좋은 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하엘 엔데는 이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8세부터 80세까지” 어떤 연령층의 사람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써 낸,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많은 경우 미하엘 엔데를 단순한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그의 작품은 나이를 들어 읽을수록 더 큰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해 동화형식을 빌어 소설을 썼다고 할 정도. 


 4편의 장편과 수많은 중단편을 써 냈고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장편들은 모두 국제적인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되었다. 대표작이 <MoMo>와 <Never Ending Story>, 특히 Never Ending Story는 영화 Ost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와의 강한 상호교감을 이루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모든 소설의 배경을 가만히 보면 현실을 정말 동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많고 액자소설 형식을 과감히 취한다. 다시 말해 현실과 환상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그 환상을 통해 현실을 다시 인식하게 한다. 그야말로 고수 중의 고수. 그리고 이야기를 정말 아름답고 묘사한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되며 미래를 꿈꾸고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루면서 깊이와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 대단한 작가.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을 어린왕자 풍으로 해리포터처럼 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미하엘 엔데의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휴머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사랑, 정의, 희망, 우정 등 인간다움이 강하게 드러나고 또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60년에 쓰여진 첫 장편인 <짐크노프>에서는 주인공인 짐크노프와 친구들의 모험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란 어떤 것인지, 겉보기가 아닌 내면의 중요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신뢰를 통해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주인공의 사랑,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아릅다운 묘사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사항은 주인공이 무려 흑인이란 것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현실사회의 인종, 계급, 계층을 대표한다는 것. 파시즘으로 대변되는 차별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작품이다. 그런데 동화형식이라는... 참고로 동서문화사에서 번역한 책은 절대 보지 않길 바란다. 발번역의 극치이다. 


 이후 쓰여진 <모모>는 미하엘 엔데를 국제적 작가 반열로 만들어 준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회색빛 신사”들에 의해 내몰리는 모모의 친구들의 모습에서 현대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상실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모모의 모험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히 모모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경청과 신뢰, 그리고 상상력으로 가득찬 꼬마 여자아이라는 사실. 참고로 옛날에 “차경아”라는 한국어 번역가가 독일 유학 중 모 출판사에 모모를 소개하고 출간하였는데 국내에서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 사실이 알려져 독일 내에서 다시 엔데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엔데와 차경아 사이에 친분이 형성되고 나중에 작품에 대해 서로 조언할 정도까지... 또한 2000년대 들어 “내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에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끝없는 이야기>는 엔데의 마지막 장편이자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액자소설 형식을 취해 주인공 발자타르 북스의 이야기가 그 가 소설 속에서 읽고 있는 동명의 <끝없는 이야기>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얽히며 결국 그가 소설속에 직접 들어가게 되는 굉장한 형식의 작품이다.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우리가 진짜 추구해야 하는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을 “ENDE" 로 장식하는 센스까지.


 그의 단편도 정말 대단한 것들이 많다. 특히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처럼 삽화와 함께 나온 작품은 정말 강추!! 마지막으로 가슴저린 따스함과 끝없는 상상력 그리고 읽고 난 후의 감동과 성찰 등, 이번에 그의 작품을 통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는 것은 어떨까. 5월에는 미하엘 엔데와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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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mon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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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유명한 <총, 균, 쇠 - Guns, Germs, and Steel >의 저자. 책을 본 후 도대체 이사람 전공이 뭐야 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아마추어(?) 문화인류학자이자 조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이자 프로(!) 생리학자. 단순히 문화인류학자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본업은 생리학자였다. 


 원래 의학을 공부했으나 새 관찰을 좋아해서 중간에 전공을 생태학으로 바꾸었고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의 새 관찰, 언어학, 진화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 본업인 의학 대신 뉴기니에서 조류학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화인류학과 역사학까지 섭렵. 여기에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까지 구사하는 진정한 먼치킨 중 한명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공인 “세계의 지성” Top 10중 한명.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여 통합적인 시각에서 온갖 과학잡지에 기고를 했다. 디스커버리나 네이처 같은, 그리고 인기 멀티 사이언티스트에 오른 이후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영국과학 출판상, LA타임즈 출판상을 받고, 문화인류학의 걸작이라 불리우는 <총, 균, 쇠>를 통해 결국 출판계의 노벨상이라 평가받는 퓰리처 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 결과 누구도 이 사람을 생리학자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다루는데 능숙하며 특히 거시적인 문명활동, 역사의 움직임 등을 다양한 학문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귀재이다. 특히 어렵다고 인식되는 사회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정말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쉽게 설명하는 그야말로 거장 중의 한명. 문자 그대로 “통섭”의 대가이다.

 진화생물학, 생태학을 날줄과 씨줄로 엮고 거기에 지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끼워 넣어 왜 어떤 문명은 크게 성장, 발전했고 어떤 문명은 그렇지 못했는가를 쉽게 얘기한 <총, 균, 쇠>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인류 문명에 대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걸작. 참고로 이 책은 어떤 뉴기니 원주민이 “왜 당신네 백인들은 화물을 뉴기니까지 옮겨주는데 우리 흑인들은 그렇게 못합니까” 에 대한 대답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주요 내용은 어떤 문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식물, 지리환경, 세균에 대한 저항, 식량, 문자, 정치제도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대륙간 동서 이동이 남북이동보다 훨씬 용이하기 때문에 문명 전파가 아시아 대륙이 빨랐다던가, 아메리카 대륙의 식용가축 활용은 라마 한종에 그쳐 생산성 발달과 가축을 통한 면역체계 강화가 어려웠다던가 등등. 다만 환경결정론에 너무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덧붙여 게임 “문명”에서도 이런 내용을 어느 정도 반영시켜 놓았다. 지리환경과 기술특성, 주변 문명의 유무에 따라 문명개발 속도가 달라진다. 


 최초의 저서인 <제3의 침팬지>도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를 얘기한다. DNA의 차이, 생태학적 습성 등 동물과 구분되는 특이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논하고, 또 동물들에게 없는 독특한 양식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직립보행과 성적매력이 느껴지는 신체부위의 변화를 연계시켜 설명하고, 농업의 시작이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한마디로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전달시켜 준다. 그야말로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는 저서


 <문명의 붕괴>는 <총, 균, 쇠>의 연장선에서 역사적 지식까지 동원된 역작이다. 이 책은 성장한 문명 중 어떤 것은 쇠퇴하고 어떤 것은 지속되느냐에 대한 해답을 준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문명이 “지속가능”하도록 각종 환경, 정치, 문화, 기술적 요인을 잘 관리하였느냐가 포인트. 예를 들어 왜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식민지가 실패했는지를 토지와 삼림의 재생산 관점에서 얘기하고, 이스터 섬의 흥망을 문화적 특징과 그에 영향을 받는 환경적 파괴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의 일독을 권한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거인의 어깨에 앉아 문명과 역사와 인류를 조망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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