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줄여서 HP 러브크래프트. 이름만 보면 무슨 로맨스 하이틴 소설가인 것 같지만(우리나라에서 그의 애칭은 “사랑만들기 대선생”이다), 실은 그야말로 현대 호러문학과 서브컬쳐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작가이다. (생긴것을 보자. 생긴것을 보자.)
러브크래프트는 ‘문학적’으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터무니없이 장대하고 음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매력으로 가득한 독특한 정서와 세계관을 통해 오늘날까지 많은 열성팬의 추앙을 받고 있는 “크툴루 신화”의 초석을 세운 장본인이다. 영미권에서의 호러나 공포 문학은 “에드거 엘런 포”에 의해 시작되었고, 러브크래프트에 의해 완성되었다고들 하며 오늘날의 작가들, 스티븐 킹이나, 딘 R구츠 같은 사람들도 이 작가의 영향 안에 있다. 사실 현대 호러 장르에서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할 정도.
다만 그의 작품에서 인종주의적 경향은 배재할 수 없을듯 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우생학을 옳은 것으로 다루고 있으나, 나치를 반대하고 비난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제노포비아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요 작품들은 이미 영화화, 게임화 되었고, 그의 크툴루 세계관은 다른 소설에서 계속 사용되고 아직도 확장되고 있으며, 수많은 게임과 영화와 소설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쥬로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그의 이름을 딴 동명의 밴드까지 있다. (다만 대부분의 영화는 70, 80년대 스타일로 만들어져서 원작을 말아먹었다. 대표적인 것은 <리에너메이터>를 영화화 한 “좀비오”. 보기전에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길)
3살부터 시를 짓기 시작한 천재,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계관을 만들어 나갔다고 한다. 여섯살 때 까지 여장을 하고 지냈으며 신경증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짧은 결혼생활도 파경으로 끝내고, 그 후 47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 까지 소설만 썼다. 엄청난 편식가에 술 담배를 전혀 못하고 해산물에 대해서는 광적인 공포를 보였다.(그의 작품에서 물고기와 문어 등은 그래서 엄청난 대접을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20세기 초반에 쓰여졌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당신이 본 어떤 공포영화나 호러소설보다 더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선사해 준다. 그야말로 코스믹 호러!! 말초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과 존재가 지니는 공포가 혼재되어 어마어마한 박력을 가지고 스토리를 몰아간다.
정말 신기한 것은 <우주에서 온 색채>나 <더니치 호러>에서 잘 나타나듯, 정말 두려운 대상,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는 절대로 명시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굉장한 근원적 공포를 느끼게 하고, 최후의 마지막 반전을 통해 보는 이를 카타르시스로 몰아간다. 그야말로 엄청난 흡입력을 갖추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음산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른바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잘 활용하였다. 끝없는 우주에 있는 알지 못하는 여러 존재들(딥원, 그레이트 올드 원 등)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인류가 모르는 거대하고 우주적인 것들에 대한 “꿈도 희망도 없는” 근원적 공포를 미친듯이 묘사하였다. (이런 것들이 모여 후대에 크툴루 신화로 종합되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를 만든 작가!!) 그리고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마지막에 기대 이상의 결말과 충격적 반전까지, 호러가 어떤 것인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들은 다 왜 그모양인지..).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정말 재미있다. 다만 꼭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러브크래프트 전집” 버전으로 보길 바란다. 일전에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한 책들은... 발번역의 극치로 팬들이 번역가를 “그레이트 올드 원”에게 제물로 바치고 싶어할 정도였다.
새로운 세계관을 마주할 때의 우리는 큰 호기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약간은 음산하고 조금은 우울하고 많이 어둡지만 기이할 정도로 매력적인 그의 작품과 그의 “크툴루” 세계관을 이번에 한번 맛보는 것은 어떨까. 또 누가 알겠는가 정말로 명왕성에 “미-고”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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